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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95헌바1 형법 제250조 등 위헌소원 별칭 : 사형제도 사건

D95b001.hwp 판례집 8-2권 537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사형제도가 사형수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헌법상 보호되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고 따라서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침해를 금지하고 있는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 또는 인간의 존엄을 규정한 헌법 제10조에 위반하는 것이 아닌지가 문제된 사안에 대하여 합헌이라고 결정한 사건이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사형제도의 존폐를 놓고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여 왔다. 사형폐지론자들은 사형제도에 따른 범죄예방효과도 아직 입증된 바 없고 오판가능성이나 정치적 악용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세계적인 인도주의 추세에도 어긋나는 인간존엄을 말살하는 제도로서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사형존치론자들은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는 범죄 예방을 위해 강력한 억제력을 가진 사형은 존치되어야 하고 가해자인 범죄인의 생명권보다는 피해자의 생명권이 당연히 중요시되어야 하기 때문에 흉악한 살인자를 사형에 처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공평의 원리와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쟁은 헌법재판소의 개소 이전에 이미 대법원에서 사형의 합헌성을 인정하는 판결들(대법원 1969. 9. 19. 선고, 69도988 판결; 대법원 1987. 9. 8. 선고 87도1458 판결 등)이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었다.
사형제도의 합헌성을 묻는 최초의 헌법소원심판청구는 1989년 2월 28일 제출되었다. 강도살인죄로 기소되어 대법원에서 사형선고가 확정된 청구인 갑이 사형집행을 기다리던 중 헌법재판소가 개소되자 사형판결의 근거가 된 형법 제338조(강도살인, 치사)와 행형법 제57조 제1항(사형집행)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89헌마36)을 청구하였다. 또한 강도살인죄로 기소되어 수원지방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청구인 을이 대법원에 상고중 사형선고의 근거인 형법 제338조 등에 대해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대법원에서 기각됨과 동시에 상고도 기각되자 1990년 5월 1일 헌법소원심판(90헌바13)을 청구하였다.
이들 심판청구를 받은 헌법재판소는 사안의 중대성으로 인하여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2년이 지난 1992년 5월 12일 첫 변론을 열었다. 이날 변론에서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지명한 형법학자 3명과 헌법학자 1명이 참고인으로 나와 참고인진술을 하였는데 여기서도 견해가 갈렸다. 심재우 교수와 김일수 교수는 위헌론을, 김종원 교수는 합헌론을, 이강혁 교수는 사형선고를 일률적으로 위헌으로 볼 수는 없지만 법률이 사형판결에 대한 지침이나 절차에 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을 경우 위헌의 소지가 많다는 부분적 위헌론을 피력하였다. 이날 공판에는 사형폐지운동협의회 회원과 사형 확정자의 가족 1백여명이 심판정을 가득 메웠는데 특히 변론 도중 심판정 밖에서는 한 사형확정자의 어머니가 사형폐지를 주장하며 혈서를 쓰기도 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위 두 헌법소원사건에서는 사형제도의 합헌여부에 관한 본안판단에 들어가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갑의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해서 청구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각하결정을 내렸고 을의 헌법소원심판청구의 경우에는 심리계속중에 사형집행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청구인의 사망을 이유로 심판절차의 종료를 선언하였다. 이들 두 결정이 내려지자 헌법재판소가 사형집행을 방조하고 있다거나 중요하고 민감한 헌법문제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신중할 정도로 정책적 고려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였다.
그후 1994년 10월 6일 흉악범 15명을 사형집행한 후에도 당시 42명이 사형선고를 받고 집행을 기다리고 있던 중 1995년 1월 3일 또 다시 사형의 위헌성을 묻는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되었다. 청구인 병은 살인과 특수강간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1,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를 함과 동시에 살인죄에 대하여 사형을 규정한 형법 제250조 제1항, 사형을 형의 종류의 하나로서 규정한 동법 제41조 제1호, 사형집행의 방법을 규정한 같은 법 제66조, 사형집행의 장소를 규정한 행형법 제57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7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으로 다음과 같이 생명권을 언급하면서 사형을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호 및 제250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하였다.
생명권은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고 절대적 기본권으로서 이념적으로는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생명권 또한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즉 인간의 생명에 대하여는 함부로 사회과학적 혹은 법적인 평가가 행하여져서는 안될 것이지만 비록 생명에 대한 권리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헌법상의 기본권으로서 법률상의 의미가 조명되어야 할 때에는 그 자체로서 모든 규범을 초월하여 영구히 타당한 권리로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정당한 이유없이 타인의 생명을 부정하거나 그에 못지 아니한 중대한 공공이익을 침해한 경우에 국법은 그 중에서 타인의 생명이나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여 보호할 것인가의 규준을 제시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경우에는 비록 생명이 이념적으로 절대적 가치를 지닌 것이라 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법적 평가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생명권 역시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한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된다.
사형에 의한 생명권의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한다 할 것이므로 사형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 아니한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 그것이 비록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라 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가 금지하는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사형제도는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본능을 이용한 가장 냉엄한 궁극의 형벌로서 그 위하력이 강한 만큼 이를 통한 일반적 범죄예방효과도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견해는 사형의 범죄억제효과가 무기징역형의 그것보다 명백히 그리고 현저히 높다고 하는데 대한 합리적·실증적 근거가 박약하다고는 하나 반대로 무기징역형이 사형과 대등한 혹은 오히려 더 높은 범죄억제의 효과를 가지므로 무기징역형만으로도 사형의 일반예방적 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로 현재로서는 가설의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사형제도가 지니는 공익상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은 부인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사형을 현행 헌법 자체가 형벌의 한 종류로서 예정하고 있다는 점(헌법 제110조 제4항)을 고려하면 사형제도는 헌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 반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형을 형벌로 규정하고 있는 개별 형사법조항이 구성요건행위의 불법과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현저히 균형을 잃어 사형이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잔혹하고 이상한 형벌이라고 평가되거나 형벌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정도를 넘는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이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비례원칙의 위반으로 위헌적인 형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형법 제250조 제1항에 살인죄에 대하여 법정형으로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게 규정한 것은 개별적으로 판단한 결과 행위의 불법과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현저히 균형을 잃었다고 볼 수 없다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김진우, 조승형 재판관은 사형제도의 위헌성을 주장하였다. 김진우 재판관은 사형제도는 헌법 제10조에 규정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과 보호의 요청에 반할 뿐만 아니라 양심에 반하여 사형을 언도해야 하는 법관 및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집행관들의 양심의 자유와 인간존엄을 침해하는 비인간적인 형벌제도라는 의견을 제시하였으며, 조승형 재판관은 사형제도의 폐지가 이 시대에 요구되는 당위임을 강조하면서 생명권은 일반적 법률유보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사형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사후경과
사형제도가 일단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합헌으로 유권적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 문제에 관한 사회적 논쟁이 종결되었다고는 볼 수 없고 오히려 우리 사회가 사형제도의 존폐문제를 놓고 좀 더 깊이 성찰하도록 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 관하여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가 갖고 있는 범죄예방 효과와 국민의 법감정을 그 판단근거로 들면서 국민의 법감정에 비추어 당장 폐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점을 인정하는 가운데 "시대상황이 바뀌어 생명을 빼앗는 사형이 가진 위하에 의한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거의 없게 된다거나 국민의 법감정이 그렇다고 인식하는 시기에 이르게 되면 사형은 곧바로 폐지되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벌로서 사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당연히 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이다."고 하여 지금의 합헌결정이 시대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는 잠정적인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이 결정이 내려지자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박성명을 냈으며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도 성명을 내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폐지 권고에 반하는 것이며 비인권적 처사'라면서 유감을 표시하였고 일부 신문에서 같은 취지의 사설을 싣기도 하였다.
한편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던 청구인은 심판의 심리중에 대법원에서 증거부족을 이유로 파기환송돼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확정되었다. 그리고 이 결정의 선고 직전인 1996년 11월 18일 정부가 확정한 형법개정안 제44조 제3항에는 "사형의 선고는 특히 신중하게 하여야 한다" '사형선고 신중선언'규정이 신설되었으나 1995년 12월 29일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형법에는 반영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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