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재산권 · 조세관계에 관한 결정
96헌가18
주세법 제38조의7 등에 대한 위헌제청
별칭 : 자도(自道)소주구입제도 사건
D96k018.hwp
판례집 8-2권 680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소주판매업자에 대하여 강제로 자도소주를 구입토록하고 있는 주세법의 규정이 소주판매업자의 직업의 자유는 물론 소주제조업자의 경쟁 및 기업의 자유 등을 지나치게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사건이다.
정부가 1970년대 초부터 전국에 400여개의 소주업체가 난립한 소주시장을 1도(道) 1사(社)의 원칙을 최종목표로 하여 통폐합정책을 추진한 결과 소주제조업자의 수는 1981년에 현재의 10개 업체로 통합·축소되었다. 아울러 특정업체의 독과점방지와 지방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하여 1976년부터는 자도소주구입제도(1976. 6. 24. 국세청훈령 제534호)를 시행하였다. 일정한 경과기간을 거쳐 자도소주구입제도는 1991년말에 폐지되었으나 1995년 10월 1일부터 주세법 제38조의7 규정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주세법(1995. 12. 29. 법률 제5036호로 개정된 것) 제38조의7 제1항은 주류판매업자에 대하여 매월 희석식소주의 총구입액의 100분의 50 이상을 당해 주류판매업자의 판매장이 소재하는 시·도지역과 같은 지역에 소재하는 소주제조장으로부터 구입하도록 명령하는 내용 등을 규정하였고 동법 제18조 제1항 제9호는 주류판매업자가 동법 제38조의7의 규정에 의한 구입명령을 위반한 때에는 관할 세무서장이 그 판매업을 정지처분하거나 그 면허를 취소토록 규정하였다.
제청신청인은 관할 세무서장이 제청신청인의 주세법 제38조의7 위반을 이유로 주세법 제18조 제1항 제9호에 근거한 주류판매업정지처분에 대하여 그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자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6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으로 주세법 제38조의7 및 제18조 제1항 제9호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독과점규제와 관련하여 보면 헌법 제119조 제2항은 독과점규제의 목적이 경쟁의 회복에 있다면 이 목적을 실현하는 수단 또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어야 하는데 구입명령제도는 전국적으로 자유경쟁을 배제한 채 지역 나누어먹기식의 지역할거주의를 자리잡게 함으로써 지방소주업체들이 각 도마다 최소한 50%의 지역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게 하여 지역 독과점 현상의 고착화를 초래하므로 독과점규제라는 공익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
지역경제의 육성과 관련하여 보면 헌법 제123조가 규정하는 지역경제육성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지역간의 경제적 불균형의 축소에 있는데 전국 각도에 균등하게 하나씩의 소주제조기업을 존속케 하려는 주세법에서는 수정되어야 할 구체적인 지역간의 차이를 확인할 수 없어서 1도1소주제조업체의 존속유지와 지역경제의 육성간에 상관관계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지역경제의 육성은 기본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공익으로 고려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의 보호와 관련하여 보면 헌법 제123조 제3항에서 중소기업의 보호를 국가경제정책적 목표로 명문화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의 보호는 원칙적으로 경쟁질서의 범주내에서 경쟁질서의 확립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자유경쟁질서안에서 발생하는 불리함을 국가의 지원으로 보완하여 경쟁을 유지하고 촉진시키려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구입명령제도는 이러한 공익을 실현하기에 적합한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구입명령제도를 규정한 주세법 제38조의7 및 제18조 제1항 제9호는 소주판매업자의 직업의 자유는 물론 소주제조업자의 경쟁 및 기업의 자유 즉 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이라 할 것이다.
평등권의 침해여부에 관하여 보면 구입명령제도가 독과점규제와 중소기업의 보호란 입법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면 소주판매업자에 대하여만 구입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소주판매업자와 다른 상품의 판매업자를 서로 달리 취급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상품이동으로 말미암아 물류비 증가와 교통량의 체증이 발생하는 것은 소주뿐이 아니라 다른 모든 다른 상품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므로 입법목적을 물류비 증가와 교통량체증의 방지로 본다고 하여도 소주와 다른 상품, 다시 말해서 소주판매업자와 다른 상품의 판매업자, 소주제조업자와 다른 상품의 제조업자를 구분하여 달리 규율할 합리적인 이유도 찾아 볼 수 없으므로 위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
이에 대하여 조승형, 정경식, 고중석재판관은 자도소주구입 명령제도는 대기업 제조업자의 독과점을 막고 지역소주제조업자를 보호함으로써 독과점규제와 지역경제육성이라는 헌법상의 경제목표를 구체화하고자 하는 제도이므로 이 제도로 인하여 약간의 차별이 생긴다고 하여도 그 차별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며 구입명령제도는 여러 가지 사정을 입법정책적으로 고려하여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에서 입법한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한 한계내에서 행한 필요하고 합리적인 기본권제한이라고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사후경과
자도소주 의무구입제도는 '진로'라는 거대 회사의 위세에 눌려 있던 지방의 토착 소주회사들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하여 도입하여 시행한 것으로 실제로 지방소주사들의 판매고가 증가하는 효과를 낳기도 하였으나 경쟁을 논리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서 국가적으로 보호육성해야 할 타당성이나 근거도 없이 정부가 특정산업의 지방업체들만을 보호하기 위해서 경쟁을 제한하고 있어 제도도입과정부터 위헌적 요소라는 파장을 낳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위 결정은 적절했다는 평가가 있었다(서울경제신문 1996.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