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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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소송법 제221조의2의 위헌소원
별칭 :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제도 사건
종국일자 : 1996. 12. 26. /종국결과 : 위헌
D94b001.hwp
판례집 8-2권 808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제1회공판기일전 증인신문절차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가 피고인의 공격·방어권을 과다하게 제한함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사건이다.
제1회공판기일전 증인신문절차란 검찰이 수사단계에서 혐의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중요 증인을 법관 앞에 세워 진술하도록 한 뒤 그 증인신문조서를 피고인의 유죄증거로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 절차를 형사소송법이 마련하고 있는 취지는 제3자의 진술이 범죄의 증명에 유력한 증거가 되어 수사에 없어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 그 제3자가 출석요구나 진술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제3자가 수사기관에서 임의의 진술을 하였더라도 공판정에서 이와 다른 진술을 할 우려가 있을 경우에 대비하여 그 제3자의 진술을 확보하거나 제3자가 수사기관에서 행한 진술의 증명력이나 증거능력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소송법(1973. 1. 25. 법률 제2450호로 개정된 것) 제221조의2는 제1항에서 범죄의 수사에 없어서는 아니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자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출석요구에 거부하거나 진술을 거부한 경우에는 검사는 제1회 공판기일전에 한하여 판사에게 그에 대한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임의의 진술을 한 자가 공판기일에 전의 진술과 다르게 진술할 염려가 있고 그의 진술이 범죄의 증명에 없어서는 아니될 것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검사는 제1회 공판기일전에 한하여 판사에게 그에 대한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조 제5항은 판사는 수사의 지장이 없다고 인정할 때에는 피고인·피의자 또는 변호인을 위 증인신문에 참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증인신문에 피고인 등의 참여권을 부분적·제한적으로만 보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 제311조 후문은 그 신문절차에서 작성된 조서에 대하여 증거능력을 부여하고 있다.
검찰은 위 법률조항에 근거하여 주요 사건의 경우 뚜렷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관련자의 진술만으로 피의자를 기소할 때 이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절차를 활용하였다. 검찰이 이 절차를 활용해 온 이유는 수사 당시에는 검찰에 유리한 증언을 한 사람이 피의자와의 관계나 보복우려 등으로 인해 나중에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절차에 대하여는 1972년의 10월유신 직후인 1973년 1월 25일 새로 도입되면서부터 피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었다.
청구인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등으로 기소되었는데 그 이틀 전에 법원은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사건의 목격자에 대하여 증인신문을 하였고 검사는 이때 작성된 조서를 위 형사사건에서 증거로 제출하여 법원이 이를 증거로 채택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형사재판 계속중 목격자에 대한 증인신문의 근거가 되었던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 및 제5항이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때 작성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1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므로 결과적으로 위 형사소송법 규정은 헌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제청을 신청하였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6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으로 다음과 같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언급하면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2항 및 제5항 중 제2항 부분에 대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헌법 제27조가 보장하고 있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속에는 신속하고 공개된 법정의 법관의 면전에서 모든 증거자료가 조사·진술되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공격·방어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재판, 즉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한 답변과 입증 및 반증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의 입법목적은 일정한 경우 피고인 등을 증인신문절차에서 배제하면 증인으로서는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그대로 진술할 수 있을 것이고 이때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에 증거능력을 부여한다면 공소유지와 형사소송절차에서의 적극적 진실규명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술증거는 진술자의 기억이나 표현에 오류가 개입할 가능성이 크고 또 신문자의 신문방식이나 기술에 따라서 진술자의 의사와 다른 내용이 전달될 가능성도 큰 것이며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증거는 그것이 불리한 자의 면전에서 이루어지고 또 반대신문에 의한 탄핵을 거침으로써 진술내용의 모순이나 불합리가 드러나 비로소 진정한 증거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검증을 거치지 않았거나 그러한 기회가 부여되지 아니한 진술증거에 대하여 당연한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것은 범인필벌의 기능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실체적 진실발견에는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 등의 앞에서 증인신문을 할 경우 수사기관에서 행한 진술이 번복될 염려가 있다는 것은 오히려 피고인 등에게 반대신문권을 보장할 필요가 더욱 커진다는 것을 의미할 뿐 이러한 사정이 피고인 등의 절차참여를 배제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동조 제5항의 입법목적만으로는 피고인의 참여권과 반대신문권을 제한하고 있는 동조항을 정당화하기에는 미흡하다 할 것이고 동조항은 그 수단이 입법목적에 필요한 이상으로 과다하게 피고인의 공격·방어권을 제한하고 있어서 청구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은 동조 제2항의 증인신문절차의 핵심적 구성부분이기 때문에 이 제5항을 위헌선언하는 경우에 제2항도 함께 위헌선언함이 타당한바, 재판의 공정성의 보장과 공판중심주의의 원칙에 따라 판단기관인 법관은 되도록 공판기일 이전의 수사단계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거나(구속영장의 발부 등) 기타 불가피한 사정(증거보전 등)이 없는 한 관여하지 아니하여야 하는데 동조 제2항의 경우에는 이처럼 예외적으로 법관이 수사단계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고 동조항의 요건상 증인신문절차의 청구권자가 검사로 한정되어 있으며 다른 증거보전절차와 같이 긴급성을 그 요건으로 포함하고 있지 않는 점에 비추어 동조항의 목적은 본래 의미의 증거보전이 아니라 수사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동조 제2항의 증인신문절차에 따르는 기본권 제한효과는 이러한 입법목적에 비하여 과잉된 것임과 동시에 법관의 공정한 자유심증을 방해하여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김진우, 신창언, 김용준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먼저 김진우 재판관은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절차의 독자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은 수사에 지장이 없는 한 피고인 등을 증인신문에 참여시키도록 해석함으로써 재량규정을 강행규정으로 운영할 여지가 충분히 있고 법관이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입장에서 증언의 진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증인신문절차를 주재할 수 있으므로 그 자체가 적법절차에 반한다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개진하면서 오히려 위 절차에서 작성된 증인신문조서에 당연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법 제311조 후문의 위헌성이 문제될 뿐이라고 지적하였다.
신창언 재판관은 공판절차와는 달리 수사절차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그 신속성과 밀행성의 요청상 공판절차 중심의 탄핵주의나 당사자주의 소송구조가 엄격히 적용될 수 없음을 지적하면서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제도의 합헌성을 인정하는 외에 동조 제5항의 위헌선고로 피의자측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경우 그 자체로서 다수의견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위헌요소가 해소되기 때문에 제5항에 대해서만 위헌을 선고하면 족한 것이지 제2항까지도 위헌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것은 논리비약이라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김용준 재판관은 동조 제5항에 대해서는 그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제도 자체를 규정한 동조 제2항은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유와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그 위헌성을 부인하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에 대하여는 1973년이래 검찰이 공판기일전 증인신문을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뇌물사건이나 물증이 부족한 미묘한 사건에서 관련자의 진술만으로 기소하는 등 수사에 편리하게 활용해 온 관행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피의자의 인권신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앞으로 검찰수사가 상당한 정도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되기도 하였다.
한편 이 사건의 심리중인 1995년 12월 29일 국회는 법률 제5054호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의 하나인 형사소송법 제221조의2 제5항을 "판사는 특별히 수사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고인·피의자 또는 변호인을 제1항 또는 제2항의 청구에 의한 증인신문에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로 개정함으로써 피고인 등의 참여·신문권을 보장하고 예외적으로만 이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여 위헌소지를 없애고자 하였으나 그러한 개정에도 불구하고 동조 제2항의 위헌성은 아직 남아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 결정이 선고된 이후 중요한 사건에서 위헌결정된 형사소송법 규정에 기초해서 작성된 공판전 증인신문조서가 유죄의 유일한 결정적인 증거로 법원에 제출되었으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원용하여 그 증거채택을 거부함으로써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내려지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