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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선거관계에 관한 결정 96헌라2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별칭 : 법률안변칙처리 사건 종국일자 : 1997. 7. 16. /종국결과 : 인용(권한침해),기각

d96r002.hwp 판례집 9-2권 154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장의 변칙적인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에 대하여 야당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는 권한쟁의심판의 종류를 규정하면서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을 국회, 정부, 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호간의 권한쟁의 심판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과거 국회에서의 이른바 법률안의 '날치기' 통과가 처음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던 '변칙적인 의안처리 사건'(헌재 1995. 2. 23. 90헌라1.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에서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를 한정적으로 해석하여 동조항에 열거된 기관 이외의 국회내 일부 구성기관인 원내교섭단체나 국회의원은 자신의 고유한 권한을 침해받았더라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하여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각하했었다.
국가안전기획부법중개정법률안,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안, 근로기준법중개정법률안, 노동위원회법중개정법률안, 노사협의회법중개정법률안 등을 처리하기 위하여 1996년 12월 23일에 제182회 임시국회가 소집되었으나 야당의원들이 법률안의 졸속처리를 반대하며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 등 방해행위를 하여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였다. 이에 국회의장을 대리한 국회부의장은 여당소속 국회의원들에게만 국회소집 통보를 하여 동월 26일 06:00경 여당인 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155인이 출석한 가운데 제18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개의하고 위 법률안들을 상정·표결하여 가결되었음을 선포하였다.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및 자유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은 30일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이 청구인들에게는 변경된 개의시간을 통지하지도 않은 채 비공개로 본회의를 여는 등 헌법 및 국회법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위 법률안들을 처리함으로써 독립된 헌법기관인 자신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권한침해의 확인과 가결선포행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하면서 1996년 12월 26일 06:00경 국회부의장이 국회의장을 대리하여 날치기식으로 위 개정법률안들을 가결선포한 것과 관련하여 이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의 권한을 침해하였다고 하면서도 그로 인한 가결선포행위는 헌법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다고 볼 수 없어 무효가 아니라고 결정하였다.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이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하여는 재판관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김용준, 김문희, 이재화, 조승형, 고중석, 이영모 재판관은 종전의 결정을 변경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의 규정을 한정적, 열거적인 조항이 아니라 예시적인 조항으로 보아 헌법 제111조 제1항 제4호의 국가기관에 해당되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도 권한쟁의심판에서 당사자가 될 수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권한쟁의심판청구가 적법하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황도연, 정경식, 신창언 재판관은 헌재 1995. 2. 23. 90헌라1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사건에서와 같은 이유로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에 명시적으로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의 종류를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청구인들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청구인들의 권한쟁의심판청구가 적법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6인의 재판관은 다음과 같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고 하였다.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은 비록 헌법에는 이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의회민주주의의 원리, 입법권을 국회에 귀속시키고 있는 헌법 제40조, 국민에 의하여 선출되는 국회의원으로 국회를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41조 제1항으로부터 당연히 도출되는 헌법상의 권한으로서 모든 국회의원에게 보장되는 것이다.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의 요청에 따라서 신한국당의 원내수석부총무가 1996년 12월 26일 05:30경 새정치국민회의의 원내수석부총무와 자유민주연합의 원내총무에게 전화로 본회의 개의시각이 06:00로 변경되었음을 통지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통지는 야당소속 국회의원들의 본회의 출석을 기대할 수 없는 것으로서 국회법 제76조 제3항에 따른 적법한 통지라고 할 수 없어서 이 사건 본회의의 개의절차에는 국회법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청구인인 국회의장이 국회법 제76조 제3항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에게 본회의 개의일시를 통지하지 않음으로써 청구인들이 국회본회의에 출석할 기회를 잃게 된 결과 법률안의 심의·표결과정에도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으므로 나머지 국회법 규정의 위반여부를 살필 필요도 없이 피청구인의 그러한 행위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헌법에 의하여 부여받은 권한인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
그러나,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의 위헌여부에 대하여는 위 6인의 재판관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김용준, 김문희, 이영모 재판관은 문제된 5개 법률안이 재적의원의 과반수인 국회의원 155인이 출석한 가운데 개의된 본회의에서 출석의원 전원의 찬성으로(결국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처리되었고 본회의에 관하여 일반국민의 방청이나 언론의 취재를 금지하는 조치가 취하여지지도 않았음이 분명하므로 그 의결절차에 다수결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9조와 회의공개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50조를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다고는 볼 수 없고,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법률안의 가결선포행위에는 국회법위반의 하자는 있을지언정 입법절차에 관한 헌법의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반하여 이재화, 조승형, 고중석 재판관은 의회민주주의와 다수결 원리의 헌법적 의미를 고려할 때 헌법 제49조는 단순히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에 의한 의결을 형식적으로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회의 의결은 통지가 가능한 국회의원 모두에게 회의에 출석할 기회가 부여된 바탕위에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바, 헌법 제49조의 다수결 원리를 구체화하는 국회법 제72조와 제76조에 위반하여 야당의원들에게 본회의 개의일시를 알리지 않음으로써 본회의에의 출석가능성을 배제한 가운데 본회의를 개의하여 여당의원들만 출석하여 그들만의 표결로 법률안을 가결선포한 행위는 야당의원들의 권한을 침해한 것임과 아울러 다수결 원리를 규정한 헌법 제49조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이 위 5개 법률안을 상정하여 가결선포한 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하고 있지만 그 행위의 위헌에 대한 청구는 인용의견이 재판관 과반수에 이르지 못하므로 이를 기각하였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종전의 입장을 바꾸어서 국회의장과 국회의원간의 다툼도 권한쟁의심판대상이 된다고 판단함으로써 국가기관간의 권한쟁의의 판단범위를 넓힌 것은 진일보한 결정이라거나(동아일보 1997. 7. 17.), 이 결정은 이른바 '날치기 입법'이라는 반대의적(反代議的)인 입법관행에 제동을 거는 매우 중요한 헌정사적 의미를 가지며, 국회의 자율권이라는 미명아래 국회에서의 입법절차를 신성시하던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서 입법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보장하려는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허영,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 판례월보 1997년 11월호)는 긍적적 평가가 있었다.
반대로 국가활동의 기본원리로 요구되는 헌법상의 적법절차원리는 형사절차상의 영역에 한하지 않고, 입법절차 및 행정절차 등에도 적용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기존 결정(헌재 1992. 12. 24. 92헌가8; 93. 7. 29. 90헌바35; 94. 4. 28. 93헌마26)에도 불구하고 위 결정에서는 이에 대한 판단이 결여되어 있으며, 이 사건에서 이를 판단하는 경우 문제되는 야당의원들에 대한 국회 개회일시 불통보는 헌법상 적법절차원리에도 위배된다거나(이석연, 법률신문 1998. 1. 19. 및 1. 22.), 국회의장이 야당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침해행위의 결과물인 법률안에 대해서는 그 위헌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는(동아일보 1997. 7. 17.;허영, 위 논문)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로서는 국회의 입법절차상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되었다 하더라도 나아가 법률안 가결선포 자체를 위헌으로 할 것인지는 법질서의 안정성을 고려하여 신중히 하여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가졌던 것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결정이 있고난 후 국회는 1997년 3월 13일 노동관련 법률들에 대해서는 재개정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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