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노동 등 사회관계에 관한 결정
97헌가11등
근로기준법 제30조의2 제2항 위헌소원
별칭 : 퇴직금 우선변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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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집 9-2권 243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근로자에게 그 퇴직금 전액에 대하여 질권자나 저당권자에 우선하여 변제수령권을 인정하는 구 근로기준법의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한 사건이다.
구 근로기준법(1989. 3. 29. 법률 제4099호로 개정된 다음 1997. 3. 13. 법률 제5305호로 폐지된 것) 제30조의2 제1항에서 임금·퇴직금등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을 제외하고는 통상의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한다고 하고, 제2항에서 최종 3월분의 임금과 퇴직금 등은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등에도 우선한다고 규정하였다. 새로이 제정된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된 것) 제37조 제2항도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담보권자인 중소기업은행은 수원지방법원에 퇴직금수령자인 퇴직근로자 등을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고 동 법원은 소송계속중 직권으로 위 법률조항 중 '퇴직금' 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8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으로 다음과 같이 구 근로기준법 제30조의2 및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 중 각 '퇴직금'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하면서 그 부분은 입법자가 1997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1998년 1월 1일 그 효력을 상실하며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그 각 부분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위 법률조항이 근로자에게 그 퇴직금 전액에 대하여 질권자나 저당권자에 우선하는 변제수령권을 인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질권자나 저당권자가 그 권리의 목적물로부터 거의 또는 전혀 변제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질권이나 저당권의 본질적 내용을 이루는 우선변제수령권이 형해화하게 되므로 위 법률조항 중 '퇴직금' 부분은 질권이나 저당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위 법률조항은 임금과는 달리 '퇴직금'에 관하여는 아무런 제한없이 질권이나 저당권에 우선하여 그 변제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그 결과 자금이 꼭 필요한 기업이 담보할 목적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금의 융통을 받지 못하여 도산하게 될 우려가 있어 근로자의 생활보장이나 복지에도 좋지 못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한편 근로자의 퇴직후의 생활보장 내지 사회보장을 위하여서는 기업금융제도를 훼손하지 아니하고 새로운 기업금융제도를 창출할 수 있는 종업원 퇴직보험제도의 개선, 기업연금제도의 도입 등 사회보험제도를 도입, 개선, 활용하는 것이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위 법률조항은 근로자의 생활보장이라는 입법목적의 정당성만을 앞세워 담보물권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기업금융의 길을 폐쇄하면서까지 퇴직금의 우선변제를 확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근로자의 생활보장 내지 복지증진이라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담보권자의 담보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그 방법의 적정성을 그르친 것이며 침해의 최소성 및 법익의 균형성 요청에도 저촉되는 것이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그러나 퇴직금의 전액이 아니고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적정한 범위내의 퇴직금채권을 다른 채권들보다 우선변제함은 퇴직금의 후불임금적 성격 및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할 것인데 '적정한 범위'의 결정은 그 성질상 입법자의 입법정책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는 점과 근로자의 퇴직금보장을 위한 각종 사회보험제도의 활용, 그 제도에 의한 대체 내지 보완이나 그 제도들과의 조화 등 제반사정을 감안해야 하는 입법자의 사회정책적 판단영역인 점 등을 종합하여, 위 법률조항 중 '퇴직금' 부분에 대하여 바로 위헌선언을 할 것이 아니라 헌법불합치의 선언을 한 다음 입법자로 하여금 1997년 12월 31일까지 담보물권 제도의 근간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내에서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있는 근로자의 퇴직금채권의 적정한 범위를 확정하도록 하여 근로자를 보호하는 한편 그때까지는 위에서 본 위 법률조항 중 '퇴직금' 부분의 위헌성 때문에 그 부분의 적용을 중지하도록 함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조승형 재판관은 위 법률조항의 퇴직금 중 1989년 3월 29일 법 시행일로부터 퇴직할 때까지의 근로기간중 최종근로기간 3년에 해당하는 퇴직금 부분은 긍정적이고 합헌적인 부분으로서 이 부분만은 합헌임을 천명하여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에 대해서 재계와 금융계는 환영한 반면 노동계는 우리 나라와 같이 사회보장제도가 열악하고 근로자의 노동대가 지급이 완벽하게 보장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퇴직금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에 근로자들이 생존권위협을 느낄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위 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집회도 열었다(경향신문 1997. 8. 23., 세계일보 1997. 8. 23.).
그러나 근로자를 돕기 위한 무제한적 우선변제가 오히려 기업도산을 부채질하여 실직하는 역효과가 생기고 도산책임은 근로자에게도 있으므로 우선변제혜택은 부당하다는 헌재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거나(서울신문 1997. 8. 23.), 기업들은 퇴직금부분만큼 담보여력이 많아져 자금조달이 쉬워졌고 금융기관도 퇴직금만큼 채권회수의 부담을 덜 수 있어서 대출이 원활해져 업계 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는 관점도 제시되었다(서울경제신문 1997. 8. 23.).
헌법재판소로서는 정책적 고려보다도 해당 법조항이 초래하는 비례성의 저촉을 문제삼은 것이며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를 선언한 것은 장차 국회에서 그 조항을 근로자의 권익보호에 합당하게 개정하도록 촉구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서 일방적으로 근로자에 불리하게 결정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으므로 노동계의 주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헌법재판소가 위 결정을 내린 이후 국회는 1997년 12월 24일 법률 제5473호로 근로기준법 제37조 제2항을 개정하여 최종 3년간의 퇴직금만이 사용자의 총자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