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94헌마60
등사신청거부처분 취소
별칭 : 수사기록열람 사건
d94m060.hwp
판례집 9-2권 675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검찰이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 등사신청을 거부한 사안에 대하여 위헌을 선언한 사건이다.
청구인은 1994년 3월 21일 국가보안법위반죄로 구속기소되었는데 변호인이 청구인을 위한 변론을 준비하기 위하여 동월 22일 피청구인인 서울지방검찰청에 경찰 및 검찰에서의 청구인의 자술서 및 피의자신문조서, 참고인들의 진술조서 등이 포함된 서울지방검찰청의 수사기록 일체를 열람·등사하겠다는 신청을 하였으나 별다른 사유없이 거부당하자, 변호인의 열람ㆍ등사신청을 거부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헌법 제12조 제4항이 보장하고 있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및 헌법 제27조 제1항, 제3항이 보장하고 있는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보장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면서 1994년 4월 16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7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으로 검사가 변호인의 수사기록 일체의 열람·등사신청에 대하여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의 우려 등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거부한 것은 피고인의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검사의 수사기록 열람 등사거부행위에 대하여는 형사소송법상의 준항고가 허용되지 아니하고 행정심판법이나 행정소송법상의 행정쟁송의 인정여부가 의문이고 가사 행정쟁송이 허용된다 하더라도 그에 의하여 권리가 구제될 가능성이 없어서 청구인에게 위와 같은 절차의 선이행을 요구하는 것은 청구인으로 하여금 불필요한 우회절차를 강요하는 것이 된다 할 것이므로 보충성의 원칙의 예외에 해당된다.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보면 검사가 보관하는 수사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열람·등사는 실질적 당사자대등을 확보하고 신속·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하여 필요불가결한 것이며 그에 대한 지나친 제한은 피고인의 신속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관련하여 보면 여기에는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에 그치지 아니하고 더 나아가 피고인이 그의 변호인을 통하여 수사서류를 포함한 소송관계 서류를 열람ㆍ등사하고 이에 대한 검토결과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므로 변호인의 수사기록 열람 등사에 대한 지나친 제한은 피고인에게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ㆍ등사권이 헌법상 피고인에게 보장된 신속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에 의하여 보호되는 권리라 하더라도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므로 헌법상 보장된 다른 기본권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즉 변호인의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권도 기본권제한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인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제한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검사가 보관중인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ㆍ등사는 당해 사건의 성질과 상황, 열람ㆍ등사를 구하는 증거의 종류 및 내용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하여 그 열람ㆍ등사가 피고인의 방어를 위하여 특히 중요하고 또 그로 인하여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관련사건 수사의 현저한 지장 등과 같은 폐해를 초래할 우려가 없는 때에 한하여 허용된다.
결론적으로 검사가 청구인의 변호인이 1994년 3월 22일 국가보안법위반죄로 구속기소된 청구인의 변론준비를 위하여 피청구인에게 피청구인이 보관중인 수사기록 일체에 대한 열람ㆍ등사신청을 하였으나 동월 26일 피청구인은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등의 폐해를 초래할 염려 등 정당한 거부사유를 밝히지 아니한 채 이를 거부한 것은 청구인의 신속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이에 대하여 김용준 재판관은 형사소송법은 증거조사의 방식에 있어서 공소장일본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채택하고 있으므로 검사 보관의 수사기록에 대한 변호인의 기록열람·등사청구권이 헌법상 당연히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공소제기 후에는 법원의 적절한 소송지휘권의 행사를 통하여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을 변호인에게 열람·등사하게 할 수 있다는 반대의견을 제시하였고, 신창언 재판관은 위 반대의견에 동조하면서 다만 검사가 보관하고 있는 수사기록에 대한 변호인등의 열람·등사청구권은 법원의 소송지휘권에 기하여 공판준비 내지 증거조사 이후의 단계에서 비로서 허용되는 형사소송절차상의 권리라고 하였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은 우리 헌법재판소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중요한 내용으로서 변호인의 접견권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 어떠한 명분으로도 제한될 수 없다고 하면서 변호인접견권의 절대성을 강조한 결정(헌재 1992. 1. 28. 91헌마111)에 이어서 피고인이 그의 변호인을 통하여 수사서류를 포함한 소송관계 서류를 열람 등사하고 이에 대한 검토결과를 토대로 공격과 방어의 준비를 할 수 있는 권리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에 포함된다고 봄으로써 이 기본권의 보호영역을 한층 강화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알 권리를 근거로 정보공개청구권을 인정하였던 임야조사서 열람신청사건(헌재 1989. 9. 4. 88헌마22)이나 확정된 형사소송기록의 복사신청거부사건(헌재 1991. 5. 13. 90헌마133)에서와는 달리 이 결정에서는 알 권리에 대한 언급은 보이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는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수사기록 등에 대한 열람 등사신청을 거부할 수 없게 되었으나 국가기밀의 누설이나 증거인멸, 증인협박, 사생활침해 등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사기록의 열람 등사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변호인의 수사기록 등에 대한 열람 등사신청이 무제한하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사유가 존재하는지의 문제를 둘러 싸고 검찰과 변호인이 대립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게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문화일보, 97. 11. 28.). 그러나 수사기록의 열람 등사권이 사건에 직 간접적으로 관계된 공동피의자, 공동피고인, 고소인이나 참고인, 증인, 감정인 등 다른 사람의 명예나 인격, 사생활의 비밀, 생명 신체의 안전과 평온 등의 기본권과 충돌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기본권적 법익들이 다같이 존중될 수 있도록 조화점을 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러한 범위내에서 이러한 제한은 피고인의 인권을 신장시켜 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평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