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96헌마172등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위헌확인 등
별칭 : 재판소원허용 사건
판례집 9-2, 842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배제하여 그 위헌여부에 대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하여 한정위헌선언을 하고,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을 따르지 않은 대법원판결을 취소함과 아울러 원행정처분도 함께 취소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청구인인 동작세무서장은 1992년 6월 16일 청구인이 자기 처의 명의로 임야를 취득하였다가 양도하자 청구인이 타인 명의로 자산을 유상으로 취득한 후 양도하고 부동산을 취득하여 1년 이내에 양도하였다는 이유로 구 소득세법 제23조 제4항 단서 및 제45조 제1항 제1호 단서에 따라 취득가액과 양도가액을 모두 실지거래가액에 의하여 양도차익을 산정하여 청구인에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청구인은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하였으나 청구가 기각되자 대법원에 상고하였다(95누11405). 상고심이 계속중인 1995년 11월 30일 헌법재판소는 다른 사건인 94헌바40, 95헌바13(병합) 사건에서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한정위헌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납세의무의 중요한 사항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상 가능한 한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고 이와 같은 사항을 대통령령 등 하위법규에 위임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소득세법이 채택하고 있는 기준시가과세원칙을 예외없이 관철할 경우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부당하게 과중한 조세를 국민에게 부담케 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이 사건 구 소득세법조항들은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납세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실지거래가액에 의하여 양도소득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구체적 경우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므로 위 법률조항들을 납세자에게 불리한 경우까지, 즉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세액이 기준시가에 의한 세액을 초과하는 경우까지 포함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와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1996년 4월 9일 95누11405판결에서 위 법률조항은 합헌이라고 하면서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세액이 기준시가에 의한 세액을 초과하는 데도 실지거래가액에 의해 산정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과세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인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법률이나 법률조항의 문언은 그대로 놓아 둔 채 그 의미, 내용과 적용범위를 정하는 법률해석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법원에 대하여 어떠한 영향을 미치거나 기속력도 가질 수 없으며 위 법률조항들을 기준시가에 의한 과세보다 실지거래가액에 의한 과세가 납세자에게 유리한 경우만을 한정하여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고 짧은 기간에 높은 양도차익을 얻은 청구인에게 위 한정위헌결정과 같은 해석으로 말미암아 양도소득세부과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하면서 위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유효한 규정이라고 해석하여 온 기존의 견해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1996년 5월 6일 동작세무서장의 과세처분과 위 대법원 판결, 그리고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자신의 평등권과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6인 재판관의 다수의견으로 다음과 같이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 하는 한도에서 동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한정위헌선언을 하면서 대법원이 1996년 4월 9일 선고한 95누11405판결을 취소하고 동작세무서장의 1992년 6월 16일자 양도소득세등 부과처분도 취소하였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여부에 관하여 보면,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보호의 실효성을 기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그렇지 못한 현재의 법적 상태가 곧 위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 법률조항은 국민의 기본권의 관점에서는 입법형성권의 헌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위헌적인 법률조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법원이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을 전부 또는 일부 상실하거나 위헌으로 확인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도 법원의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위 법률조항은 그러한 한도내에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는 단순위헌결정은 물론 한정합헌결정과 한정위헌결정 및 헌법불합치결정도 포함되고 이들은 모두 기속력을 가진다. 법률의 위헌여부가 심판의 대상이 되었을 경우 재판의 전제가 된 사건과의 관계에서 법률의 문언, 의미, 목적 등을 살펴 한편으로 보면 합헌으로 다른 한편으로 보면 위헌으로 판단될 수 있는 등 다의적인 해석가능성이 있을 때 일반적인 해석작용이 용인되는 범위내에서 종국적으로 어느 쪽이 가장 헌법에 합치되는가를 가려 한정축소적 해석을 통하여 합헌적인 일정한 범위내의 의미내용을 확정하여 이것이 그 법률의 본래적인 의미이며 그 의미 범위내에 있어서는 합헌이라고 결정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위와 같은 합헌적인 한정축소해석의 타당영역 밖에 있는 경우에까지 법률의 적용범위를 넓히는 것은 위헌이라는 취지로 법률의 문언자체는 그대로 둔 채 위헌의 범위를 정하여 한정위헌의 결정을 선고할 수도 있다. 그리고 위 두 가지 방법은 서로 표리관계에 있는 것이어서 실제적으로는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며 합헌적인 한정축소해석은 위헌적인 해석 가능성과 그에 따른 법적용을 소극적으로 배제한 것이고 적용범위의 축소에 의한 한정적 위헌선언은 위헌적인 법적용 영역과 그에 상응하는 해석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배제한다는 뜻에서 차이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는 다같은 부분위헌결정이다.
따라서 위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결정한 법률조항을 적용한 것으로서 위헌결정의 기속력에 반하는 재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할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산권이 침해되었으므로 위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서 취소되어야 마땅하다.
끝으로 법원의 재판과 행정처분이 다같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그 효력을 상실한 법률을 적용함으로써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위헌성이 명백하므로 원래의 행정처분까지도 취소하여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구제하는 한편 기본권침해의 위헌상태를 일거에 제거함으로써 합헌적 질서를 분명하게 회복하는 것이 법치주의의 요청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각 법률조항에 근거한 과세처분을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에 따라 취소한다.
이에 대하여 이재화, 고중석, 한대현 재판관의 다음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었다. 입법자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대상에서 제외한 의도는 헌법이 법원에 부여한 구체적 쟁송에 관한 재판이나 명령, 규칙, 처분에 대한 위헌심사를 제외하는 것일 뿐 법원이 헌법을 위반하는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을 한 경우까지를 제외하려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법원이 스스로 법률에 대한 위헌심판을 하였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 법원의 재판에 포함되지 아니하므로 대법원의 1996년 4월 9일자 판결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위 판결을 취소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권한 및 상호간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의 취지에 비추어 적당하지 아니하고 대법원의 재판이 취소되는 경우의 후속절차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이 없어 그 효력을 둘러싸고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으므로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을 법원이 합헌으로 보아 적용한 점은 위헌이라고 확인하고 그 후속조치는 법원에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행정처분에 대한 위헌심사권을 대법원에 부여하고 있는 헌법 제107조 제2항과 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동작세무서장의 1992년 6월 16일자 조세부과처분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할 것이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에 대하여는 여러 의견이 있었다. 우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있었다. 즉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단순히 법원의 재판만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 아니라 법원의 재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나 불행사까지 모두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배제한 결과가 되는 것이므로 사실상 헌법소원제도를 무력화 형해화하는 것이며 공권력의 기본권 기속성을 통한 기본권보장의 실효성확보라는 헌법소원제도의 취지가 중대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위배된 법원의 재판에만 한정하여 위헌결정한 것은 문제를 너무 축소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고 한편 대법원이 기속력을 부인하는 한정위헌결정을 함으로써 논란의 소지를 여전히 남겨두게 되었다는 견해가 그것이다(김문현, 법률신문 1998. 2. 16.;정연주,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한 한정위헌결정의 문제점, 고시계 1998년 2월호). 한편 차후 헌법소원이 허용되는 재판소원의 범위를 헌법재판소가 판례로서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이명웅, 헌법소원의 심사기준:기본권외 일반 헌법규범에까지 확장되는가, 공법연구 제26집 제2호, 1998년 6월호).
이 결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서는 이번 헌재결정은 헌법의 최고규범성을 수호하고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확보함으로써 헌법재판제도의 존립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라고 보아야 한다거나(이석연, 한국일보 1997. 12. 29.)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법질서의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헌법적 요청이 절실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한정적으로 헌법소원을 인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견해 등을 들 수 있다(장영수, 헌법재판소의 변형결정의 구속력, 고려대학교 법학연구소, 판례연구 제9집 1998).
반면 비판적인 의견으로서 헌법재판소가 법률을 이렇게 저렇게 해석하는 것은 사법권의 독립과 대법원의 최고법원성을 선언한 헌법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고 헌법이 예상하지 아니한 4심제를 사실상 도입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면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이와 같은 헌법상의 권한분배를 전제로 하여 국회가 이를 명문으로 밝힌 것이기 때문에 헌재가 법원의 판결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이를 취소한 것은 권한 없는 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결정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하는 견해가 있었다(서정우, 한국일보 1998. 1. 5.).
그런데 이번 결정에 의해 취소된 위 대법원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정면으로 위반한 점 외에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률조항을 합헌·유효라고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헌법에 의해 헌법재판소에 독점적으로 부여된 위헌법률심사권을 스스로 행사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점, 투기거래자에 대한 과세를 관철하여야 한다는 조세행정적 목적에만 치우쳐 조세법률주의와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정신을 고려하지 않은 점 등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위헌적 재판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려운 판결이었다고 하겠고, 그간 대법원이 간헐적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하는 판결을 하기도 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결정은 위헌결정의 기속력을 확보하고 헌법재판제도의 존립을 유지하기 위한 부득이한 결정이었다고 할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 결정 이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위헌을 주장하면서 대법원판결의 취소를 구하는 여러 사건들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각하결정을 내리고 있다(헌재 1998. 2. 27. 96헌마371;1998. 4. 30. 92헌마239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