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노동 등 사회관계에 관한 결정
96헌가20
노동조합법 제46조의3 위헌제청
별칭 : 단체협약위반 사건
종국일자 : 1998. 3. 26. /종국결과 : 위헌
d96k020.hwp
판례집 10-1권 213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단체협약에 전적으로 위임한 다음 이를 위반한 경우 처벌하도록 한 구 노동조합법의 규정에 대하여 위헌결정한 사건이다.
구 노동조합법(1996. 12. 31. 법률 제5244호로 공포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시행으로 폐지된법률) 제46조의3은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체협약에 위반한 자를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울산광역시에 있는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을 선동, 쟁의행위를 하여 그 회사 단체협약에 규정된 이른바 평화조항을 어겨 단체협약에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에 위 노동조합법위반죄로 공소가 제기되자 동 법원이 직권으로 위 법률조항이 죄형법정주의 위반의 의심이 있다고 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죄형법정주의의 의미를 확인하면서 구 노동조합법 제46조의3 중 단체협약에 위반한 자를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부분에 대하여 죄형법정주의 위반을 이유로 위헌결정을 하였다.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범죄의 요건과 형벌은 입법부에서 제정한 형식적 의미의 법률로써 정하여야 하며 처벌법규를 예외적으로 위임하는 경우에도 그 요건과 범위는 보다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적용되어야 하고 가벌행위와 그에 대한 처벌을 누구나 예견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요구된다.
따라서 단체협약의 내용 중 그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가하고자 하는 사항을 최소한이나마 특정하여 이를 명확히 규정하였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구 노동조합법 제46조의3은 그러한 노력없이 막연히 '단체협약에 위반한 자'라고만 규정함으로써 범죄구성요건의 외피(外皮)만 설정하였을 뿐이고 범죄구성요건의 실질적 알맹이인 금지의 실질을 단체협약의 내용에 모두 내맡기고 있는데 단체협약은 근본적으로 근로조건에 관한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간에 체결되는 계약에 불과하므로 결국 처벌법규의 내용을 형성할 권한을 노사(勞使)에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형벌 구성요건의 실질적 내용을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지 아니하고 모두 단체협약에 위임하고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기본적 요청인 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단체협약에 위반하기만 하면 구성요건이 충족되게 되는데 노사는 개별적 및 집단적 노사관계의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자율적으로 특별한 제약없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이어서 단체협약에 위반하는 행위란 특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범위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므로 과연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하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예측가능성을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위 법률조항은 그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애매하고 광범위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또 다른 요청인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할 것이다.
단체협약에는 임금, 근로시간 등과 같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직결되는 내용을 비롯하여 인사, 노동쟁의 등과 같이 노사관계에 관한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소한 절차규정이나 추상적이고 불명료한 내용은 물론 심지어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부당한 내용까지도 포함될 수 있으므로 단체협약에 위반된 행위라 하더라도 그 성격이나 경중, 가벌성의 정도가 현격히 다를 수 있는데도 이를 가리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권 행사의 정당성과 형평성을 획득하기 어려우며, 법집행기관으로 하여금 자의적·선별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법집행상의 공정성마저 해칠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 사후경과
헌법재판소는 대체로 초창기부터 형벌법규의 위임에 대하여는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해 왔는데(헌재 1991. 7. 8. 91헌가4;1994. 7. 29. 93헌가4등;1997. 5. 29. 94헌바22등) 이 결정은 기존판례와 동일한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결정에 대하여 언론에서는 사용자쪽이 이 노동법조항을 악용해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제약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어서 주목된다는 취지의 평가가 있었으며(서울신문 및 한겨레신문 각 1998. 3. 27.),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 결정이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여 반발하기도 하였다(한겨레신문 1998. 4. 9.). 그리고 단체협약의 내용은 정형화된 것이어서 적어도 협약체결 당사자로서는 처벌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측 내지 인식할 수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조성혜, 단체협약 불이행에 대한 처벌조항의 위헌성 여부, 노동법률 1998.5.).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92조 제1호의 내용도 위헌결정된 구법 조항과 동일하므로 이번 결정의 취지에 따라 개정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