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선거관계에 관한 결정
98헌라1
대통령과 국회의원간의 권한쟁의
별칭 : 김종필 총리서리임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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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 29권 583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국회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표결하였으나 투표과정에서의 여야의 대립으로 가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공동여당 대표였던 김종필을 국무총리서리로 임명하자, 야당 국회의원 전원이 대통령을 상대로 한 권한쟁의를 청구하였으나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된 사건이다.
피청구인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2월 25일 대통령직에 취임하면서 청구외 김종필을 국무총리에 지명하여 그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송부하였다. 국회의장은 같은 날 제189회 임시국회를 소집하였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개회되지 못하였고 국회는 그후로도 여·야의 대립으로 공전되었다.
그러다가 1998년 3월 2일 15시 21분경 여·야 의원들이 출석한 가운데 제189회 국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가 개의되어 국회의장은 같은 날 15시 44분경 '국무총리 임명동의의 건'을 상정하였고 곧이어 국회법 제112조 제5항에 따라 무기명투표방식에 의하여 국회의원들의 투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15시 50분경부터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들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백지투표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투표용지 교부대와 투표함을 가로막는 등 투표를 방해하였고 이에 따라 의원들 사이에 말다툼과 몸싸움이 벌어져 투표의 진행이 곤란할 정도로 회의장이 소란스럽게 되었다. 국회의장은 16시 05분경 정회를 선포하였다가 16시 08분경 회의의 속개를 선언하였으나 16시 21분경과 16시 24분경 다시 투표가 중단되는 등 정상적인 투표진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회의장은 의원들에게 23시까지 투표할 것을 종용하였으나 투표의 속개는 무산되었고 같은 날 자정이 경과됨에 따라 회의는 자동 산회되고 동일자로 제189회 임시국회의 회기도 종료되었다.
이 사건 임명동의안의 처리가 위와 같이 무산되자 대통령은 1998년 3월 2일 당시까지 국무총리로 재직중이던 청구외 고건으로부터 행정각부의 장에 대한 임명제청을 받은 다음 위 고건의 국무총리직 사표를 수리하고 동월 3일 위 임명제청에 따라 행정각부의 장을 임명하면서 동시에 김종필을 국무총리서리로 임명하였다.
그러자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156인 전원으로 구성된 청구인들은 동월 10일 대통령이 위와 같이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김종필을 국무총리서리로 임명한 행위가 주위적으로는 국무총리 임명에 관한 국회 또는 청구인들의 동의권한을, 예비적으로는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관한 청구인들의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그 권한침해의 확인과 아울러 국무총리 임명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김용준, 조승형, 고중석, 정경식, 신창언 등 5인의 재판관이 각하의견을, 김문희, 이재화, 한대현 재판관 등 3인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이영모 재판관이 합헌의견을 제시하여 각하의견이 과반수인 5인에 달함으로써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를 각하하였다.
김용준 재판관은 주청구에 대하여, 국무총리 임명동의권한은 국회의 권한이므로 이 권한이 침해된 경우에는 국회가 당사자가 되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여야 하고 그러한 심판청구를 다수의원이 찬성하지 않을 경우 소수의원의 보호를 위해 국회의 부분기관에게도 당사자적격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나(소위 제3자소송담당) 이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를 이루는 다수의원이나 이들로 구성된 교섭단체는 그들 스스로 국회의 의결을 거쳐 침해된 국회의 권한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할 수 있으므로 이들에게까지 굳이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제3자소송담당을 허용할 필요성은 없는 것이고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심의, 표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회의원들 상호간 또는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사이에만 직접적인 법적 연관성을 가질 뿐 국회의원과 대통령 사이에는 그렇지 아니하므로 대통령의 국무총리서리 임명행위가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의 심의, 표결권한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였다.
조승형, 고중석 재판관은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거나 동의안이 부결되었음에도 국무총리서리를 임명한 것과는 달리 대통령이 정부조직법 제23조에 따라 국무총리대행자를 지명한 것에 준하여 한시적으로 그 대행자를 임명한 것은 그 절차에 하자가 있더라도 국회나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성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없으며 국회는 이미 제출되어 있는 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하여 가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태에 있고 청구인들은 다수당 국회의원들로서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에 대한 가부를 결정하여 분쟁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정경식, 신창언 재판관은 헌법재판소법 제62조 제1항 제1호가 열거한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의 종류에 국회의 구성원이나 국회내의 일부기관인 국회의원이나 교섭단체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청구인들은 이 사건에서 적법한 청구인이 될 수 없다는 종래 의견을 유지하였다.
한편 김문희, 이재화, 한대현 재판관의 합헌의견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회는 합의체 기관으로서 그 의사는 결국 표결 등으로 나타나는 국회의원들의 의사가 결집된 것이므로 청구인들은 국회의 동의권한 및 그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권한을 동시에 침해받았다고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으며 청구인들이 장차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수 있다고 해도 별도로 이 사건 임명처분에 의한 권한침해를 다툴 이익이 있다. 국회의 동의는 국무총리 임명에 있어 불가결한 본질적 요건이므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없이 국무총리를 임명한 행위는 명백히 헌법에 위배되는 바, 국무총리서리를 임명하는 헌법적 관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헌법의 규정에 명백히 위반되는 정치적 선례에 지나지 아니하며 그것이 반복되었다는 점만으로 헌법의 명문규정에 우선하여 존중할 수 있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무총리 직무대행체제가 법적으로 완비되어 있으므로 국무총리서리를 임명한 것은 국정공백의 방지라는 명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
이영모 재판관은 헌법상의 국회의 국무총리 임명동의는 사전동의가 원칙이지만 국회의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상의 문제, 국정공백의 예상 및 경제위기 상황하의 정책수립의 신속한 필요성이라는 조건을 갖춘 특수한 경우에는 궐위된 국무총리의 직무에 관한 헌법규정의 흠을 합리적 해석범위내에서 보충할 수 있다고 할 것인 바, 대통령은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가 표결할 때까지 예외적으로 서리를 임명하여 총리직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피청구인의 행위는 국회의 국무총리 임명동의권한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다. 사후경과
이 결정에 대하여 청구인측은 사법적 판단을 포기한 정치적 판단이며 헌재 스스로 존재이유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의미가 큰 중요한 사건들에 대해서 법기술적인 방법이나 소송 절차적인 이유를 들어 실체적 판단을 회피하거나 기존 체제를 옹호해 주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반면 정치적 문제를 사법적 판단보다는 정치권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의미라고 평가하는 견해가 있었다.
그런데 이 결정 직후 각하의견의 한 갈래로서 종래 헌법재판소 판례상으로는 소수의견이었던 견해 즉 국회의원은 권한쟁의의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견해가 마치 헌법재판소의 각하결정의 이유인 것처럼 부각되어 보도됨으로써 마치 권한쟁의 자격도 없이 청구한 것으로 비춰져 청구인측의 오해를 사게된 점이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권한쟁의의 당사자능력이 없다는 견해는 재판관 2인만의 의견인데, 이 결정에서는 다른 각하이유를 개진한 3인 재판관의 의견과 결합되어 각하의견수가 과반수인 5인에 이름으로써 결국 적법요건을 통과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우선 국회의 동의권한과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소송법적으로 떼어서 볼 것이냐 여부와 다수당 의원들이 전부 청구인이었으므로 과연 이를 법적으로 보호해주어야 할 만한 권리보호의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었으므로 적법요건 심사를 넘어 본안판단으로 가기에는 애초부터 논란의 여지가 많았다. 만약 국회의원 과반수의 의결로 국회 자신을 청구인으로 하기로 하여 이 권한쟁의 심판청구가 이루어졌다면 헌법재판소로서는 이를 각하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 결정이 있은 지 약 1달후인 1998년 8월 17일 국회는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의원 255명이 참가하여 찬성 171표, 반대 65표, 기권 7표, 무효 12표로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