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재산권 · 조세관계에 관한 결정
96헌가22등
민법 제1026조 제2호 위헌제청 등
별칭 : 상속승인간주 사건
공보 29, 693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하는 민법 제1026조 제2호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사건이다.
민법 제1026호 제2호는 상속인이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단순승인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제청신청인과 청구인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후 피상속인의 채무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를 본인의 귀책사유가 없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3개월의 고려기간이 경과된 자들로서 위 법률조항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송계속중인 법원에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거나 이를 기각하여 청구인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는 민법 제1026조 제2호가 재산권과 사적자치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이 조항이 헌법에 불합치하며 입법자가 199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2000년 1월 1일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고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결정하였다.
민법 제1026호 제2호가 규정하고 있는 고려기간의 기산점인 '상속인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의 의미는 상속인이 상속개시의 원인이 된 피상속인의 사망사실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하고 상속재산의 유무를 안 날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는 대법원의 해석을 고려할 때 상속인이 아무런 귀책사유없이 상속재산 중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위 법률조항에 의하여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상속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조건 피상속인의 채무를 전부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위 법률조항은 헌법의 기본원리인 사적자치의 원칙과 과실책임의 원칙에 대한 예외적 규정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상속인의 재산권과 사적자치권 등을 침해하고 있어 위헌이라 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 가족공동생활이 대가족에서 소가족(핵가족)으로 분해됨에 따라 상속인이 피상속인과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고 거래관계도 복잡해져서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고려기간내에 상속인이 상속재산 상태를 상세히 파악하거나 조사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고 나아가 피상속인이 계속적 거래관계로부터 장래 발생할 불확정채무를 보증하는 이른바 근보증을 한 때에는 주채무 자체가 고려기간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아무런 귀책사유없이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법률조항이 상속인이 아무런 귀책사유없이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못한 경우에 구제받을 수 있는 아무런 수단도 마련하지 아니한 채 고려기간내에 한정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하면 그 이유 여하를 묻지 않고 일률적으로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아 그 의사와 관계없이 상속채무를 전부 부담하게 한 것은 적정한 기본권제한의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위 법률조항은 위와 같은 이유로 위헌선언하여야 할 것이나 단순위헌결정을 하여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고려기간내에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아니한 경우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지는 등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되고 이로 말미암아 특히 상속채무가 적극재산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경우나 상속인이 그 귀책사유로 인하여 고려기간을 도과시킨 경우에도 상속으로 인한 법률관계를 확정할 수 없게 되는 등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과 위헌적인 규정을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임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므로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지 않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다. 다만 위 법률조항은 입법자가 1999년 12월 31일까지 개정하지 아니하면 2000년 1월 1일부터 그 효력을 상실하고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
다. 사후경과
이 사건은 상속인이 고려기간내에 상속을 한정승인하거나 포기하지 못한 경우에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봄으로써 상속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귀책사유가 없는 채무까지 무한정 책임을 지게 하고 있는 민법규정을 헌법과 불합치하다고 선언하고 이 개정을 입법자에게 기간을 확정하여 촉구함으로써 상속인에 대한 기본권침해를 확인하면서도 법적 공백상태를 방지하기 위하여 잠정 기간 동안 법률의 효력을 유지시키고 있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결정이유의 취지를 고려할 때 채무초과상태가 아닌 재산을 상속받는 경우에는 고려기간의 해태를 단순승인으로 의제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며 헌법재판소가 이 경우에까지 위 법률규정의 적용을 중지할 것을 명령하는 것이 아니므로 적극재산이 소극재산을 초과하는 대부분의 재산상속의 경우에는 위 법률규정을 계속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정태호, 민법 제1026조 제2호에 대한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평석 및 위 법률규정의 개정방향, 대한변호사협회, 인권과 정의 1998년 11월호).
위 결정이 있은 후 법무부는 민법 제1019조에 제3항을 신설하여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이 상속되는 채무가 그 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할 수 있다"는 개정안을 작성하여 정부심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하였다.
그러나 청구인들을 비롯한 당해 사건의 당사자들을 구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해서도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라는 기간과 상관없이 개정된 합헌적 규정의 적용을 가능하게 하는 경과규정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이들의 경우 단순승인여부에 대하여 재판으로 다투기 시작한 때부터 이미 소극재산이 적극재산의 범위를 초월하는 것을 알았고 이 때로부터 3개월내에 한정승인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단순승인한 것으로 본다면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 규정을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취지를 이들에 대하여는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범위내에서 이들을 구제하는 경과규정을 둘 것인가는 입법자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나 입법자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를 살려서 최소한 당해 사건과 유사사건의 당사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경과규정을 마련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대법원 역시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부합하게 하기 위해서는 경과규정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① 법원의 제청 헌법소원 청구 등을 통하여 헌법재판소에 제1026조 제2호의 위헌결정을 위한 계기를 부여한 당해 사건, ② 위헌결정이 있기 전에 이와 동종의 위헌여부에 관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하였거나 법원에 위헌제청신청을 한 경우의 당해 사건, ③ 이 법 시행당시 제1026조 제2호의 규정이 전제가 되어 법원에 계속중인 사건 및 ④ 1998년 5월 27일부터 1998년 12월 31일까지 사이에 상속되는 채무가 그 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고도 한정승인신고를 하지 않았거나 포기신고를 한 사건의 상속인이 상속되는 채무가 그 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019조 제1항의 기간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 제1호 및 제2호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한 때에는 이 법 시행일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경과규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