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등 정신적 자유에 관한 결정
97헌마265
불기소처분취소
별칭 : 김일성애도편지 사건
종국일자 : 1999. 6. 24. /종국결과 : 기각
d97m265.hwp
판례집 11-1, 768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관련된 사실을 보도한 신문기사가 명예훼손적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 언론자유와 인격권이라는 상충하는 가치와 이익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다룬 최초의 사건으로서, 헌법재판소는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관한 명예훼손적 표현이 문제된 경우에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규정을 보다 엄격히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청구인은 강원도의회 의원으로서 남북 강원도 교류사업을 추진하면서 김정일에게 교류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달라는 취지의 편지(이하 '이 사건 편지'라고 한다)를 전달하였다. 이 사건 편지에는 앞머리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김정일 인민군 총사령관 귀하. 안녕 하셨습니까. 김일성 주석께서 서거 이후 애통한 마음으로 나날을 보내셨을 총사령관께 삼가 위로와 격려 말씀 드립니다'라는 인사말과 함께 청구인이 과거에 김정일로부터 서한을 받았다는 사실 및 청구인이 역대 군사정권에 저항한 반독재 투쟁경력 등이 소개되어 있었다. 이에 통일원과 수사기관은 이 사건 편지의 내용과 전달 경위를 조사하게 되었다.
강원일보는 1995. 4. 9.자 신문에서 '북 접촉 도의원 3명 내사'라는 제목과 '검·경 김정일에 "김일성 사망 애도" 편지'라는 부제목으로 된 기사를 게재한 이래 같은 해 9. 6.까지 모두 17차례에 걸쳐 "김일성 애도 편지"라는 표현을 제목 또는 본문에 사용하면서 청구인이 김정일에게 이 사건 편지를 보낸 사실과 그 내용, 이에 대한 통일원의 조치, 경찰 및 검찰의 수사상황 등에 관한 기사를 게재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위 보도가 비방 목적에 의한 허위 내용으로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발행인과 관련 기자들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였으나, 검찰이 무혐의처분을 하자 그 취소를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대한 신문보도와 관련하여 언론자유와 명예보호의 이익조정의 일반적인 기준을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즉 신문보도의 명예훼손적 표현의 피해자가 공적 인물인지 아니면 사인인지, 그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인지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인지의 여부에 따라 헌법적 심사기준에는 차이가 있어야 한다.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실은 민주제의 토대인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므로 형사제재로 인하여 이러한 사안의 게재를 주저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 신속한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신문의 속성상 허위를 진실한 것으로 믿고서 한 명예훼손적 표현에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거나, 중요한 내용이 아닌 사소한 부분에 대한 허위보도는 모두 형사제재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시간과 싸우는 신문보도에 오류를 수반하는 표현은, 사상과 의견에 대한 아무런 제한없는 자유로운 표현을 보장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결과이고 이러한 표현도 자유토론과 진실확인에 필요한 것이므로 함께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위라는 것을 알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데도 진위를 알아보지 않고 게재한 허위보도에 대하여는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관한 명예훼손적 표현이 문제된 경우에는 형법상의 명예훼손죄규정을 다음과 같이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첫째, 명예훼손적 표현이 진실한 사실이라는 입증이 없어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오인하고 행위를 한 경우,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죄는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둘째, 형법 제310조 소정의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라는 요건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그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 셋째, 형법 제309조 소정의 '비방할 목적'은 그 폭을 좁히는 제한된 해석이 필요하다. 법관은 엄격한 증거로써 입증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행위자의 비방 목적을 인정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와 같이 명예훼손의 법리를 전개한 다음, 고소사실의 중요부분과 관련하여 허위내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기타의 고소사실들과 관련해서 보도내용이 다소 틀린 부분이 있으나 피고소인들이 진실한 사실로 믿고서 한 행위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사후경과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법성조각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상반되는 두 권리를 유형적으로 형량한 비례관계를 따져 언론의 자유에 대한 한계설정을 할 필요가 있고, 공적 인물과 사인, 공적인 관심 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 간에는 심사기준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서처럼 공적 인물의 공적 활동에 관한 명예훼손적 표현이 문제된 경우에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규정을 보다 엄격히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청구인이 강원일보를 상대로 신청한 정정보도심판사건은 춘천지방법원에 의해 일부인용되었고, 강원일보와 피고소인을 공동피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도 일부승소 판결을 받아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다2462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