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재산권 · 조세관계에 관한 결정
98헌가12등
상법 제732조의 2 위헌제청등
별칭 : 보험 증과실면책 사건
d98k012.hwp
판례집11-2, 659면
가. 사건의 배경
이 사건은 인보험에서는 다른 보험과는 달리 보험계약자등의 중과실에 의한 사고의 경우에도 보험자가 면책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한 사건이다.
당해사건은 피보험자의 음주운전, 무면허운전중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피보험자가 부상 또는 사망한 경우 면책약관에 의한 보험자의 면책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들로서, 생명보험의 중과실면책금지 규정인 상법 제732조의 2에 대하여 법원이 위헌제청을 하거나, 일부 사건에서는 위헌제청신청이 기각되어 보험회사들이 헌법소원을 하였다. 이 사건의 주요쟁점은 위 법률조항이 영업의 자유,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전원일치로 다음과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상법의 보험편 통칙에서는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생명보험에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자측의 중과실로 인해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가 면책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상법 제739조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상해보험에도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인보험에서는 보험계약자측의 중과실의 경우에도 보험자가 면책될 수 없도록 되어있다. 한편, 상법 제663조는 보험편의 규정은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보험계약자측의 불이익으로 변경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보험과는 달리 인보험에서는 사고가 고의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는 보험자가 면책되지만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는 비록 중과실이라 하더라도 보험자가 면책될 수 없으며 이에 반하는 면책약관은 무효가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복잡한 현대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불측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의 원래 기능에 비추어 볼 때 과실에 의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하는 것이 원칙이다. 보험편 통칙에서 중과실을 고의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은 중과실에 의한 사고가 경과실에 의한 사고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인위성을 띠므로 사고의 우연성을 해한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고, 반사회성이 있으므로 보험정책상으로도 경과실과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만, 이것이 보험의 원리상 필연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중과실과 경과실 사이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매우 많아 차별취급의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여지가 생기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중과실인지 경과실인지 여부에 따라 보험금을 전액 받지 못하는지 아니면 전액 받게 되는지 여부가 판가름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한편, 보험계약은 부합계약으로 이루어지고, 보험계약자측은 보험자측에 비하여 자금력이나 전문성에 있어 현저히 약자의 지위에 있으므로 이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반사회적 행위나 위법행위가 개재된 모든 사고가 보험에 의한 보호에서 제외된다면 우연한 사고로 인하여 초래되는 생활의 불안정에 대비하고자 하는 보험제도의 유용성이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인보험의 보험계약자측, 특히 생명보험의 보험수익자로 되는 유족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법등 실정법의 위반행위도 포섭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보험자의 영업의 자유, 계약의 자유와 보험계약자의 계약의 자유를 상반되는 법익과의 균형을 해할 정도로 과도하게 침해한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헌법에 반하여 이들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면책사유의 제한이 면책사유의 종류 또는 보험자가 인수하는 위험의 정도에 따른 보험료의 차등화를 허용하지 않는 결과 중대한 과실로 인한 보험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없는 보험계약자에 대하여도 높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평등권의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런데 중대한 과실이라는 것은 그 태양과 범위를 한정할 수 없고, 위험이 상존하는 현대생활의 복잡성에 비추어볼 때 중대한 과실로 인한 보험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보험계약자와 그렇지 않은 보험계약자라는 분류가 가능한지 여부를 단정할 수도 없다. 설령 그러한 분류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중대한 과실로 인한 사고발생에 관한 개인차는 보험단체 구성원간의 동질성을 해할 정도는 아니다. 또, 각 보험계약자측은 중과실로 인한 사고에서도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험계약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도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의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해두고자 한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무면허운전, 음주운전 등의 반사회적 행위 또는 위법행위가 조장될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또 대인배상책임보험에 있어서 사고피해자는 보험계약자측의 중과실로 인하여 생긴 사고의 경우에도 보험자의 면책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것과 비교할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적용을 받는 중과실로 인하여 생긴 사고의 당사자측, 특히 피보험자 자신이 보험수익자인 상해보험에서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은 "무고한 피해자의 보호"라는 현대사회의 보험정책목표에 초점을 맞추어 볼 때에 형평에 맞지 않는 점이 있다. 뿐만아니라 보험에 관한 국가의 후견적 기능을 점차 줄여가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면책약관에 대한 사적 자치의 범위를 보다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다. 사후경과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또는 상해를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의 음주운전면책약관 또는 무면허운전면책약관의 효력 및 이 사건 법률조항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이 사건에서 합헌결정을 함으로써 인보험에서의 음주운전·무면허운전 면책약관은 과실로 인한 사고에 관한 한 무효로 되게 되어 보험자가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차후의 개정논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 결정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사고자에게도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사회적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매일경제신문 사설 1999. 12. 28.). 이 결정은 기존의 자동차보험약관중 자기신체사고에 관한 무면허운전, 음주운전면책약관을 폐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