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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선거관계에 관한 결정 99헌라1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간의 권한쟁의, 별칭 : 법률안 가결 사건

d99r001.hwp 판례집 12-1, 115

가. 사건의 배경

(1) 헌법은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를 헌법재판소가 심판권을 가지는 권한쟁의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법은 '국가기관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의 종류로서 "국회, 정부, 법원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호간의 권한쟁의심판"만을 열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개별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사건에 관한 결정에서, 국회의장이나 국회의원은 국가기관인 국회의 부분기관에 지나지 않고 그들 사이의 권한쟁의는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이 헌법재판소에 그 심판권을 부여한 권한쟁의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각하한 적이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1997년 다시 동종의 사건에 관한 결정에서 위 판례를 변경하여,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사이의 권한쟁의도 헌법상 국가기관상호간의 권한쟁의의 일종으로서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심판권을 가진다고 하였고, 1998년에도 위와 같이 변경된 판례를 유지한 일이 있다.

(2) 구 국회법에 의하면, 의장은 안건에 대한 이의의 유무를 물어서 이의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가결되었음을 선포할 수 있으며, 이의가 있을 때에는 기립, 기명 또는 무기명 등 정식의 방법으로 표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우리 국회의 법률안 심의는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의결된 내용을 본회의에서는 거의 그대로 통과시키는 이른바 위원회 중심주의에 따르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법률안에 대한 표결은 여·야 각 정당의 합의에 따라 이의유무에 의한 표결방식에 의하여 상정된 법률안에 대한 전원찬성으로 행하여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 사건에서 문제된 법률안들에 관하여도 여·야 각 정당이 합의하여 각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의결한 이후 본회의에서 이의없이 통과시키기로 하였다. 그러나 본회의 개최 직전에 위 법률안들과 무관한 모종의 정치적 사건이 발생하자 과반수에 미달하는 의석을 가진 제1 야당이 갑자기 방침을 바꾸어 위 법률안들의 통과를 저지하기로 당론을 정하였다. 그 당론에 따라 야당의원들은 본회의 당일에 국회의장과 여당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못하도록 출입구를 가로막았으나, 국회법상 회의 정족수인 재적의원의 과반수(의결정족수는 출석의원의 과반수이다)가 넘는 여당의원들이 힘으로 야당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본회의장으로 밀고 들어갔다. 곧이어 국회의장으로부터 사회권을 위임받은 국회부의장은 야당의원들이 계속하여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가운데, 법률안들을 상정하여 각 안건에 대한 이의유무를 물어 각 "이의없습니다"하는 의원이 있자 가결되었음을 선포하였다.
야당의원들인 청구인들은 의장이 각 안건에 대하여 이의유무를 물었을 때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을 대리한 국회부의장이 이를 무시하고 전원찬성으로 가결·선포한 것은,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청구를 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심리한 결과 각 다음과 같은 이유들로 재판관 9인 중 7인이 이 사건 청구인들의 당사자적격을 인정하면서 그 중 4인은 기각의견, 3인은 인용의견을 표명하였고, 나머지 2인은 청구인들의 당사자적격을 부인하면서 각하의견을 표명함으로써 결국 이 사건은 기각되었다.

(1) 당사자적격에 관한 재판관 7인의 다수의견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사이의 분쟁은 단순히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과 국회의장 간의 국가기관 내부문제가 아니라 헌법상 별개의 국가기관 사이의 분쟁으로서 권한쟁의심판 이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으므로, 국회의원과 국회의장은 헌법이 정하는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당원의 판례로서 이를 다시 변경할 이유가 없다.

(2) 재판관 4인의 기각의견
이 사건 국회본회의 당시 회의록에는, 의장의 이의유무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일부의원이 "이의없다"라고 답한 내용과 함께 "장내소란"이 있었던 사실이 기재되어 있을 뿐 누구도 명시적으로 이의가 있음을 말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바, 회의록에 "장내소란"으로 기재된 것을 이의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그 이외에 본회의장 내에서 일어난 소란을 청구인들이 이의있다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국회법에 의하면, 본회의회의록은 회의의 시작에서 끝까지 모든 의사에 관한 발언을 속기방법에 의하여 빠짐없이 기록하는 동시에 의사일정·보고사항·부의안건 등 회의에 관한 모든 사항을 기재하게 되어 있다. 또한 회의록에 기재한 사항과 회의록의 정정에 관한 이의신청은 일정한 절차에 따라 본회의의 의결로 결정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청구인들은 이 사건에서 회의록에 기재한 사항에 관하여 이의신청도 하지 아니하였다.
회의록은 회의에 관한 공적 기록이며 회의와 관련하여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회의에서의 의결, 결정, 선거 그 밖의 효력은 회의록의 기재에 의하여 입증되는 것이므로, 회의록의 기재내용의 진정을 증명하는 취지로 의장, 의장을 대리한 부의장, 임시의장과 사무총장 또는 그 대리자가 서명·날인하여 이를 국회에 보존해 두는 것이다.
국회의 자율권을 존중하여야 하는 헌법재판소로서는 이 사건 법률안 가결·선포행위와 관련된 사실인정은 국회본회의회의록의 기재내용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그밖에 이를 뒤집을 만한 다른 증거는 없다.
따라서 국회부의장의 이 사건 법률안 가결·선포행위는 헌법과 법률에 위반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가 없으므로,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위법이 있다는 이 사건 권한쟁의 심판청구는 기각을 면할 수 없다.

(3) 재판관 3인의 인용의견

이 사건과 같이 국회본회의 회의록이 사실대로 정확히 작성된 것인지 그 자체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등 위 회의록의 기재내용을 객관적으로 신빙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라면, 헌법재판소로서는 위 회의록에 기재된 내용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변론에 현출된 모든 자료와 정황을 종합하여 건전한 상식과 경험칙에 따라 객관적·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 당시 "장내소란"이 있었다는 위 회의록의 기재 등 변론에 현출된 모든 자료와 이 사건을 둘러싼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당시 국회부의장이 의사일정 각 항에 대하여 이의의 유무를 의원들에게 물었을 때 일부 청구인들이 "이의 있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명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의장으로서는 국회법이 정한 바에 따라 정식의 표결방법으로 의안을 표결하였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이의가 없다고 인정하여 곧바로 이 사건 법률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하였으니, 이는 국회법 을 명백히 위반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국회의원인 청구인들이 이 사건 법률안에 대하여 표결할 헌법상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다.

(4) 당사자 적격에 관한 재판관 2인의 소수의견

헌법의 해석상 헌법재판소법에 한정적으로 열거되지 아니한 기관이나 또는 열거된 기관 내의 각급 기관은 비록 그들이 공권적 처분을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지라도 권한쟁의심판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유사한 사안에서 우리 2인의 재판관이 견지한 일관된 입장으로서 지금 그 견해를 바꿀 이유가 없다.

다. 사후경과

야당이 여당의 법률안통과를 저지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국회회의장내에서 장내소란이 있었다면 최소한 이의가 없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이의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여 기각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있었다{박승호, 국회의원과 국회의장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헌재결정들, 헌법실무연구, 제1권(2000), 473,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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