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선거관계에 관한 결정
99헌마139등
대한민국과일본국간의어업에관한협정비준등 위헌확인
별칭 : 신 한일어업협정 사건
d99m139.hwp
판례집 13-1, 676
가. 사건의 배경
1994년 UN해양법협약의 발효로 인하여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에 일본은 1998년 1월 23일 일방적으로 1965년 12월에 체결된 종전의 한일어업협정을 파기한다고 선언하였다. 그 후, 1998년 11월 28일 한일 양국의 협상에 의하여 이른바 신한일어업협정이 체결되었다. 동 협정은 양국의 해안에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의 성립을 인정하고, 다만 그 경계가 겹치는 일부지역 등에 있어서 중간수역을 설정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이었다. 배타적 경제수역에서는 연안국이 상대국에 대한 어획할당량 기타의 조업조건을 결정해 상대국의 어선에 대한 조업허가 및 단속을 행하도록 하는 데 반하여(沿岸國主義), 중간수역에서는 한일양국은 상대국의 어선에 대해 어업에 관한 자국의 법령을 적용하지 않으며, 각국이 자국의 어선에 대해서 수산자원의 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였다(旗國主義). 그런데 위 협정에 의한 중간수역 중에는 우리나라의 영토인 독도도 포함되게 되었다. 이에 종전의 한일어업협정하에서 독도 부근에서 어업 등에 종사하여 왔던 청구인들은, 신한일어업협정이 독도에 대한 우리나라의 영유권을 포기하고 나아가 인근 어장을 포기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어민의 권리를 박탈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영토권 등의 침해를 이유로 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이 사건에서는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한지 여부에 대해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재판관 2인은 이른바 영토권을 기본권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자기관련성을 부정하여 이 심판청구를 부적법하다고 보았다. 이에 반하여 재판관 7인의 다수의견은 영토권에 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다만 다수의견은 본안에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약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1) 다수의견의 요지
(가)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여,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는 공간적 범위를 명백히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토조항이 국민 개개인의 주관적 권리인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본권이라는 것이 국민의 국가에 대한 주관적인 헌법상의 권리인 데 대하여, 영토조항은 국가공동체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에 대한 규정임을 고려하여 볼 때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국가적 권능의 정당성근거인 동시에 국가권력의 목적인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는 대표적인 헌법재판제도로서의 헌법소원심판의 본질은 개인의 주관적 권리 구제뿐 아니라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보장도 겸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국민의 개별적인 주관적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객관적인 헌법질서의 보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 예로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은 우리나라의 공간적인 존립기반을 선언하는 것인바, 영토변경은 우리나라의 공간적인 존립기반에 변동을 가져오고, 또한 국가의 법질서에도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필연적으로 국민의 주관적 기본권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국민의 개별적 기본권이 아니라 할지라도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서는, 영토조항만을 근거로 하여 독자적으로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없다 할지라도,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그 전제조건으로서 영토에 관한 권리를 이를테면 영토권이라 구성하여, 이를 헌법소원의 대상인 기본권의 하나로 간주하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나) 이 사건 협정은 "어업에 관한" 협정으로서,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획정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지 아니한다. 또한 이 사건 협정이 배타적 경제수역으로 간주되는 수역과 이른바 중간수역과의 구별을 채택하고 있기는 하나, 이러한 중간수역은 한일 양국이 배타적 경제수역에 관한 합의가 없으면 각기 채택하도록 되어 있는 각자의 중간선보다 양국이 각각 자국측 배타적 경제수역 쪽으로 서로 양보하여 설정한 것으로서, 상호간에 현저히 균형을 잃은 설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편, 배타적 경제수역이 설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영해를 제외한 수역을 의미하며, 이러한 점은 이른바 중간수역에 대해서도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독도가 중간수역에 속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이 독도의 영유권문제나 영해문제와는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협정으로 인하여 독도의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한 영토권이 침해되었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소수의견의 요지
이 사건 어업협정은 한·일 양국의 배타적경제수역에서의 양국의 국민·어선이 어획하는 것에 관한 협정이고(협정 전문 참조),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협정 제15조)고 함으로써 이 사건 어업협정은 양국의 영토권과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음이 명백하다. 그리고, 영토는 국민, 주권과 더불어 국가의 구성요소로서 영토권의 주체는 다만 국가일 따름이고,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자국의 영토임을 주장하거나 자국의 영토를 튼실히 지킬 것을 주장한다고 하여, 또는 영토가 국민의 삶과 기본권 향유의 터전이라 하여, 국가에게 그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국가에 대한 기본권으로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인들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게 되는 경우가 아님이 명백하여 부적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