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선거관계에 관한 결정
2000헌라1
국회의장등과 국회의원간의 권한쟁의
별칭 : 권한쟁의심판절차종료선언 사건
d2000r001.hwp
판례집 13-1, 1218
가. 사건의 배경
여당 소속 운영위원회 간사인 국회의원 A는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위원장을 대리하여 임시국회 운영위원회를 개의하여 국회법중개정법률안을 상정하고 그 가결을 선포하였다. 이에 대하여 야당 소속 국회의원들인 청구인들은, 국회의원 A가 위원장으로부터 권한을 부여받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운영위원회 의사를 진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법률안을 위원회에 적법하게 상정하지 아니하였고, 그 의결과정에서도 성원의 확인·보고, 제안설명, 대체토론, 이의유무의 확인 내지 표결 등 국회법이 정한 심사절차를 전혀 밟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가결선포행위는 국회의원으로서 독립된 헌법기관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그 권한침해의 확인과 아울러 위 가결선포행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 관하여 두 번에 걸쳐 변론기일을 열어 심리를 진행하였고, 변론종결후 평의를 진행하여 평결까지 마친 다음 선고기일을 지정하였다. 그러나 그 사이 위 법률안에 관하여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나 본회의 회부 등 후속절차가 속행되지 아니하였고, 또한 여·야간에 위 법률안을 운영위원회로 환원하여 재심의하고 이 사건 심판청구를 취하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리하여 선고기일을 불과 이틀 남겨 놓고 이 사건 심판청구가 취하되었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1) 다수의견의 요지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 중 7인의 다수의견으로 이 사건에 관하여 심판절차 종료선언을 하였는바,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절차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민사소송에 관한 법령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법에는 권한쟁의심판청구의 취하와 이에 대한 피청구인의 동의나 그 효력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소의 취하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39조는 이 사건과 같은 권한쟁의심판절차에 준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권한쟁의심판이 개인의 주관적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헌법적 가치질서를 보호하는 객관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고, 특히 국회의원의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의 침해 여부가 다투어진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의 경우에는 국회의원의 객관적 권한을 보호함으로써 헌법적 가치질서를 수호·유지하기 위한 쟁송으로서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고는 할 것이다. 그러나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권의 행사 여부가 국회의원 스스로의 판단에 맡겨져 있는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한 경우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것인지 여부도 국회의원의 판단에 맡겨져 있어서 심판청구의 자유가 인정되고 있는 만큼, 권한쟁의심판의 공익적 성격만을 이유로 이미 제기한 심판청구를 스스로의 의사에 기하여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는 심판청구의 취하를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은 청구인들의 심판청구의 취하로 그 절차가 종료되었다.
(2) 반대의견의 요지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에 대하여는 이미 실체적 심리가 다 마쳐져 더 이상의 심리가 필요하지 아니한 단계에 이른 이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 심판청구가 취하되었다. 그런데 그 때까지 심리한 내용만을 토대로 판단하더라도 이 사건 권한쟁의심판은 향후 우리나라 국회, 특히 상임위원회가 준수하여야 할 의사절차의 기준과 한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으로서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를 위하여 긴요한 사항일 뿐만 아니라, 그 해명이 헌법적으로 특히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는 비록 청구인들이 심판청구를 취하하였다 하더라도 소의 취하에 관한 민사소송법 제239조의 규정의 준용은 예외적으로 배제되어야 하고, 따라서 위 심판청구의 취하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심판절차는 종료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므로, 헌법재판소로서는 재판부에서 평의한 대로 결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
다. 사후경과
이 사건은 국회 상임위원회의 하나인 운영위원회에서의 의사절차가 문제된 최초의 권한쟁의사건으로서, 결정이유 중 반대의견이 밝히고 있는 바에 따르면, 평결의 결과는 법률안 심의·표결권의 침해를 확인하고, 권한쟁의심판 사상 처음으로 의안에 대한 가결선포행위가 헌법상 다수결원리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무효임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비록 심판청구의 취하로 소송종료선언이 되긴 하였지만, 이 사건을 통해 앞으로는 의사당 내에서의 정치세력간 분쟁이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으로 될 여지가 더 많아지게 되었다.
한편 야당은 위 결정 이후 반대의견의 논지에 따라 권한쟁의심판이나 헌법소원에서 청구가 취하된 경우 민사소송법의 준용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는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