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재산권 · 조세관계에 관한 결정
2000헌바84
약사법제16조제1항 위헌소원
별칭 : 법인에 의한 약국개설금지 사건
종국일자 : 2002. 9. 19. /종국결과 : 헌법불합치
판례집 14-2, 268
가. 사건의 배경
청구인은 그 주주들 중 일부가 약사인 주식회사로서 법인 명의로 약국을 경영하여 왔다. 그런데,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법인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는 것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 약사법 조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모든 제약회사 및 약국도매상들을 상대로 청구인과 같이 법인 명의로 운영되는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경우에는 해당 의약품에 대하여 3개월의 판매업무정지처분을 하겠다는 경고처분을 하였다.
경고처분을 받은 위 제약회사 등이 청구인에게 의약품공급을 중단하자 청구인은 법원에 위 경고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제청신청을 하였으나 법원에서 위헌제청신청이 기각되자,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 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 중 6인(4인은 헌법불합치, 2인은 위헌)의 다수 의견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재판관 4인의 헌법불합치 의견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연인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약사가 아닌 자연인 및 그들이 구성한 법인은 물론,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의 약국 설립 및 운영도 금지하고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의약품의 판매가 국민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그 판매행위를 국민의 자유에 맡기는 것은 보건위생상 부적당하여 이를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일정한 시험을 거쳐 자격을 갖춘 약사에게만 일반적 금지를 해제하여 의약품의 판매를 허용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취지는 약국에서 실제로 약을 취급하고 판매하는 사람은 반드시 약사일 것을 요구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는 것이고, 약국의 개설 및 운영 자체를 자연인인 약사에게만 허용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다만, 입법자로서는 약국의 개설 및 운영을 약사가 아닌 일반 개인이나 그들이 구성한 법인에게까지 허용할 경우 예상되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고려한 정책적 판단의 결과 약사가 아닌 일반인 및 일반법인에게 약국개설을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할 입법형성의 재량권이 있으므로, 일반인 및 일반법인에 대한 약국개설 금지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약사들만으로 구성된 법인의 약국개설을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적정한 방법이 아니고, 이는 법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법인의 구성원인 개개 약사들이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직업을 수행하는 자유를 합리적 이유없이 과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한은 동시에 위 약사들 및 그들로 구성된 법인의 단체결성 및 단체활동에 관한 결사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이 된다.
또한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과 약사법의 규율을 받는 의약품제조업자 등 다른 직종에 대하여는 법인을 구성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면서, 약사에게만 합리적 이유 없이 이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을 선고하여 당장 이 사건 법률조항의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아무런 제한이 없게 되어 약사가 아닌 일반인이나 법인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는 상태가 됨으로써, 입법자가 입법형성권의 범위 내에서 설정한 제약이 무너지게 되고, 위헌적인 이 사건 법률조항을 존속시킬 때보다 단순위헌의 결정으로 인해서 더욱 헌법적 질서와 멀어지는 법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있는 위헌적 요소를 제거하고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데에는 법인의 형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 하는 점 등 여러 가지 선택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입법자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므로, 입법자가 이 사건 법률조항을 대체할 합헌적 법률을 입법할 때까지는 위헌적인 법규정을 존속케하고 또한 잠정적으로 적용하게 할 필요가 있어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한다.
(2) 재판관 2인의 위헌 의견
약국의 개설자가 누구이든 약국에서 약품을 취급하고 판매하는 사람이 약사이기만 하면 국민보건상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에 약국의 개설자를 약사로 한정할 합리적 이유는 없다. 누구든지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할 때에 초래될 무질서나 보건상의 위험 등에 대한 우려는 과장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도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될 경우 약사만이 약품의 조제와 판매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추가적인 입법의 개선이 필요하며, 그와 함께 약사 아닌 사람에게도 약국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지식과 자본의 공개적 결합을 통하여 개인의 기업활동 영역과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반국민에게는 더 많은 연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파생적 이익이 사회에 귀속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선고되어 효력을 상실하여도 약사법상의 다른 조항들에 의해 약사가 아니면 약품의 조제와 판매를 할 수 없게 하는 조치의 시행이 계속 가능할 것이므로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하면서 그 효력을 잠정적으로 유지시킬 필요는 없고 단순위헌이 선고되어야 한다.
(3) 재판관 3인의 반대의견
법인의 설립 및 존속이 직업수행의 한 방법으로 인정된다고 하여, 개인이 법인을 설립하여 구성원 개개인에게만 허용되는 직업을 법인이 수행할 자유까지 헌법이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사들이 그들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단체나 그들의 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단체 등을 설립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고 다만 그 법인의 활동 중 약국의 개설이라는 특수한 활동만을 제한하므로, 개개의 약사들이 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그들의 직업을 수행하는 자유를 침해하거나 그들의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법인과 그 구성원을 준별하는 우리의 법체계상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이라 하더라도 법인 자체는 약사면허가 없으므로 이들 법인에 약국개설을 허용하지 않음은 당연한 것이고, 활동이 제한되는 것은 법인 자체이지 그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약품의 조제와 판매를 약사에게 맡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약국의 경영과 관리를 동일약사에게 맡김으로써 국민보건을 위하여 의약품의 판매체계에 만전을 기하고자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입법목적은 누구에게나 약국설립을 허용하되 다만 약국을 관리하며 취급하는 사람을 약사로 하는 것만으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의약품제조업자 등 약사법상의 다른 직종은 의약품소비자와 직접 거래하지 않는 등 국민보건상 미치는 영향이 약국의 경우보다 작고, 변호사 등 다른 전문직종도 인적 자원의 집적 필요성이 크다는 점 등 약국과는 다른 점들이 있으므로, 이들과 약사를 달리 취급한다고 하여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로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약사 또는 약사로 구성된 법인의 직업의 자유나 결사의 자유 또는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사후 경과
이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에 따라 앞으로 입법자가 약사법을 개정하면 약사들도 다른 전문직종과 마찬가지로 법인을 구성하여 약국을 운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영업방법의 선택에 보다 넓은 길이 열리게 되었고, 자본을 모아서 약국을 대형화·전문화하는 등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