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재산권 · 조세관계에 관한 결정
99헌바76등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 제1항 위헌확인 등
별칭 :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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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집 14-2, 410
가. 사건의 배경
국민건강보험법의 관련규정에 의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의료기관은 국가에 의하여 사회보험인 의료보험급여의 제공의무가 있는 요양기관으로서 강제로 지정되는바, 의사인 청구인들은 위 규정이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 중 7인의 다수의견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
(가) 의료기관을 요양기관으로서 강제로 지정하는 '강제지정제'는 의료인이라는 직업을 구체적으로 행사하는 방법을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이러한 직업행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보다 폭넓게 허용된다고 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개인의 자유가 공익실현을 위해서 과도하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되며 개인의 기본권은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필요한 만큼만 제한되어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헌법 제37조 제2항)을 준수해야 한다.
(나) 이 사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목적은 법률에 의하여 모든 의료기관을 국민건강보험체계에 강제로 편입시킴으로써 요양급여에 필요한 의료기관을 확보하고 이를 통하여 피보험자인 전 국민의 의료보험수급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모든 의료기관을 보험급여의 의무가 있는 요양기관으로 강제지정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위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수단의 적정성도 마찬가지로 인정된다.
(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 중에서 가장 국민의 기본권을 적게 침해하는 수단에 해당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입법자가 강제지정제가 아닌 계약지정제를 채택하여 의료기관과 보험자간의 사적 계약을 통하여 보험의(保險醫)를 지정하더라도 현재의 의료보장체계가 마찬가지로 기능하고 피보험자인 국민의 의료보험수급권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법률이 개인의 핵심적 자유영역(생명권,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경우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강한 사회적 연관성이 인정되는 사회·경제정책적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서는 입법자에게 보다 광범위한 형성권이 인정되므로, 이 경우 입법자의 예측판단이나 평가가 명백히 잘못되었는가 하는 것만을 심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비록 강제지정제에 의하여 의료인의 직업활동이 포괄적으로 제한을 받는다 하더라도 강제지정제에 의하여 제한되는 기본권은 '직업선택의 자유'가 아닌 '직업행사의 자유'로서, 개성신장에 대한 침해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어 핵심적 자유영역에 대한 침해로 볼 것은 아니다. 한편, 의료인은 의료공급자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의료소비자인 전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의 실질적 보장이 의료기관의 의료행위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의료행위'의 사회적 기능이나 사회적 연관성의 비중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가가 강제지정제를 택한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하게 잘못되었는가'하는 명백성의 통제에 그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라) 이 사건의 경우, 입법자가 강제지정제를 채택한 것은 첫째, 의료보험의 시행은 인간의 존엄성실현과 인간다운 생활의 보장을 위하여 헌법상 부여된 국가의 사회보장의무의 일환으로서 이를 위한 모든 현실적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미루어질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는 규범적 인식, 둘째, 우리의 의료기관 중 공공의료기관이 약 10여%에 불과하기 때문에 민간의료기관을 의료보험체계에 강제로 동원하는 것이 의료보험의 시행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가는 이미 1977년 계약지정제를 일시적으로 도입한 바 있는데, 그 당시 지역적·진료부문별 의료공백이 크게 발생하였으며 지정수가제 등을 이유로 다수의 의료인이 요양기관으로의 지정을 거부하는 등 부정적인 경험을 한바 있다.
이러한 관점 등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계약지정제를 취하는 경우 의료보장이란 공익을 실현할 수 없다는 현실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강제지정제를 택한 것 자체는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마) 그렇다면 다음으로 '국가가 강제지정제를 유지하면서 일정 비율의 의료인에게 강제지정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더라도, 강제지정제가 실현하려는 의료보장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그러나 일정 비율의 의료기관에게 일반의(一般醫)로서 진료할 수 있는 예외를 허용한다면, 의료공급시장의 자유경쟁에서 살아 남기 힘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에 편입되기를 원할 것이고, 보다 양질의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은 요양기관으로서의 지정에서 벗어나 일반의로서 활동하게 되리라는 점이 쉽게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보험진료는 결국 2류 진료로 전락하고, 그 결과 다수의 국민이 고액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일반진료를 선호하게 되고, 이는 중산층 이상의 건강보험의 탈퇴요구와 맞물려 자칫 의료보험체계 전반이 흔들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강제지정제의 예외를 허용한다면, 의료보장체계의 원활한 기능확보가 보장될 수 없다는 판단이 가능하고, 입법자의 이러한 예측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강제지정제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바) 이 사건 강제지정제가 평등원칙에 위반되는가에 관하여 본다면,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을 시설·장비·인력·기술 등의 차이와 관계없이 요양기관으로서 지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요양급여의 비용산정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는 비급여대상의 인정 등을 통하여 의료기관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를 반영함으로써, 모든 의료기관의 일률적인 강제지정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강제지정제는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 재판관 2인의 반대의견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첫째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문화의 발전을 지향하는 우리 헌법의 이념에 비추어 그 채택이 주저되는 수단이고, 둘째 획일적 통제제도의 비효율성에 비추어 그 제도의 장기적 성과가 상대적으로 의심되는 수단이라 할 것인데, 이와 같은 의심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기본권 제한의 입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수단의 적정성을 결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하며, 이로써 헌법상의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