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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 노동 등 사회관계에 관한 결정 2000헌마192·508(병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별칭 : 한국전쟁중 양민학살사건에 대한 입법부작위 사건

d2000m192.hwp 판례집 15-1, 551

가. 사건의 배경
청구인들은 경북 문경군 및 전남 함평군에서 한국전쟁기간중 국군으로 추정되는 자들에 의하여 사살된(이하 '양민학살사건'이라 한다) 주민들의 유족들이다. 청구인들은 그동안 국가에 대하여 위 양민학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및 피해보상을 요구하였으나 국가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청구인들은 이 사건 양민학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 명예회복, 피해보상을 위한 아무런 특별입법을 제정하지 않고 있는 국회의 입법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 행복추구권, 알 권리, 배상청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2000년 3월 및 8월에 입법부작위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중 8인의 다수의견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하였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의 요지
(가) 입법부작위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려면,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해 법률에 명시적으로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우 또는 헌법 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제헌헌법이래로 현행헌법까지 우리 헌법은,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배상에 관한 국가배상법을 제정할 입법위임을 규정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국가배상에 관한 일반법인 국가배상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으나, 이 사건 양민학살사건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법률을 제정해야 할 명시적인 입법위임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나) 헌법 제10조 제2문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고 이를 최대한 보호해야 하며, 만약 국가가 불법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그러한 기본권을 보호해주어야 할 행위의무를 진다.
그러나 이미 형사소송법 소정의 수사제도와 국가배상법을 기본으로 하는 국가배상법제가 마련되어 있는 이상, 그 외에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배상을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헌법해석상 새로이 발생한다고 할 수는 없다. 양민학살사건으로 인한 피해의 중대성과 특수성, 그리고 이 사건 피해자들이 적기에 진상규명이나 배상청구를 요구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객관적 사정을 고려할 때, 입법자가 그 입법형성의 재량으로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진상규명 내지 배상방법을 도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러한 입법의무를 헌법해석상 도출하기는 어렵다.

(다) 청구인들은 타지역의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는 진상조사 및 피해보상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었으나 이 사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법률도 제정하지 되지 않아 평등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은 입법자에게 헌법적으로 구체적인 입법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며 입법자가 평등원칙에 반하는 입법을 하게 되면 이로써 피해를 입은 자는 당해 법률조항을 대상으로 평등원칙의 위반여부를 다툴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이므로, 이 사건과 같은 입법부작위 헌법소원에서 평등권 침해 주장은 이유가 없다.

(라) 형사소송법상의 공소시효와 국가배상법상의 청구기간이 너무 짧거나 불완전하여 국가공권력에 의한 이 사건 양민학살사건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효과적인 수사가 이루어질 수 없고 손해배상청구권이 제대로 행사될 수 없다는 이유로, 그 불완전한 법규정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양민학살사건에 대한 진상조사·피해배상 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지 아니한 부작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소원 청구는 부적법하다.

(2) 반대의견의 요지
전쟁 등 위난의 시기에 국가조직에 의하여 발생한 특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가 통상의 법체계에 의하여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법부재(法不在)의 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의회가 특별한 입법을 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고 이러한 헌법해석이 헌법의 기본권보장 정신에 부합한다.
이 사건에서 한국전쟁기간중 문경 및 함평에서 국군으로 추정되는 자들에 의하여 많은 비무장의 무고한 양민들이 사살된 사실이 인정되며, 이는 국가조직이 자행한 개인의 기본권침해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이에 대한 진상조사나 보상을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사건의 은폐를 시도하였고, 피해자들은 오랜 기간동안 그와 같은 국가기관 앞에서 그들의 주장을 이야기할 기회마저 봉쇄된 정황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원상회복이나 배상 또는 보상을 구하는 소송을 적기에 제기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 사건은 국민을 보호하여야 하는 국가가 전쟁기간중 오히려 군병력을 통하여 무고한 양민을 조직적으로 살해하였다고 의심받는 사안으로서, 만일 그렇다면 이는 집단살해에 유사한 행위(genocide-like act)로서 집단살해와 같이 취급되거나 반인륜적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로 취급되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국가배상법상의 소멸시효 제도와 같은 통상적인 법체계는 이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법부재적 상황에서는 헌법 제10조 제2문의 기본권보장의무에 근거하여 그 구제를 위한 의회의 특별한 입법의무(특히 국가배상청구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할 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 사후경과
이 사건 결정선고후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희생과 관련하여 전국적 규모의 진상조사 및 희생자 명예회복 등을 내용으로 하는 통합특별법을 제정하도록 국회의장과 국무총리에게 권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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