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 노동 등 사회관계에 관한 결정
2001헌가31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62조 제3호 등 위헌제청
별칭 : 노동쟁의 사전직권중재 사건
종국일자 : 2003. 5. 15. /종국결과 : 합헌
d2001k031.hwp
판례집 15-1, 484
가. 사건의 배경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공중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일반적인 공익사업 중에서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사업(철도, 시내버스 운송사업, 수도·전기등 공급사업, 병원, 은행, 통신사업 등)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필수공익사업에서 노동쟁의가 발생한 경우에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회부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은 전국의 병원근로자를 조직 대상으로 하는 전국 규모의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2001. 4. 25.부터 5. 25.까지 카톨릭대학교 중앙의료원과 2001년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실시하였으나 결렬되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와 카톨릭대학교 중앙의료원 사이의 노동쟁의를 중재에 회부하는 결정을 하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위 직권중재회부결정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위헌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인 중 5인의 다수의견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1) 다수의견의 요지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목적은 필수공익사업에 있어서 노사분규가 합의에 의해 타결되지 아니하고 파업이 빈발하면 공중의 일상생활을 마비시키고 국민경제가 붕괴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노사간 합의 대신 노동위원회의 중재를 통한 쟁의의 해결을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공중의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국민경제를 보전하는데 있으며 이는 정당하다.
(나) 필수공익사업장에서의 노동쟁의로 인하여 국민생활 영위에 필수적인 재화와 용역의 공급이 갑자기 중단된다면 중대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고 국민의 기초적 일상생활이나 심한 경우 그 생명과 신체에까지 심각한 해악을 초래하며 나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상황을 방지하여 공익과 국민경제를 유지할 필요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직권에 의한 중재를 사전에 거치게 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노동쟁의를 상호간 감정의 대립을 더 이상 격화시키지 아니한 채 합리적 방향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타결하도록 하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다.
(다) 또한 직권중재의 대상은 철도, 수도, 전기, 가스, 석유정제 및 석유공급, 병원, 한국은행, 통신의 각 사업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나라의 노사여건 하에서는 필수공익사업에 한정하여 쟁의행위에 이르기 이전에 노동쟁의를 신속하고 원만하게 타결하도록 강제중재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공익과 국민경제를 유지·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한 조치이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다수 국민의 생명·신체·건강등 가장 중요한 개인적 가치를 지닌 법익일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유지, 보존이라는 중대한 공익이다. 이러한 공익은 쟁의가 발생한 당해 사업장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단체행동권의 보장이라는 사익과 비교하여도 가벼운 것이 아니므로 양 법익간에 균형이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재판관 4인의 반대의견의 요지
중재회부결정이 있게되면 그날부터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러한 쟁의금지기간 내에 중재가 이루어지게 되면 다시는 쟁의행위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따라서 직권중재의 회부는 단체행동권의 단순한 사전제한에 그치지 아니하고 쟁의행위의 가능성을 사실상 박탈할 수도 있는 중대한 기본권의 제한이 된다. 그런데 중재회부 결정의 과정에서는 근로자가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아니하고, 중재절차에서도 충분한 사실조사와 그에 필요한 청문절차 등이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는 등 관계 당사자에 대한 절차적 보장이 미흡하다. 또한 중재결정에 대한 불복은 중재결정이‘위법이거나 월권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중재결정이 단순히 노사 어느 일방에게 불리하여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는 사유만으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관계당사자는 중재결정의 내용이 부당함을 이유로 중재결정에 불복하여 사법심사를 받을 길마저 존재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중재결정이 확정되면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이는 사실상 근로자에게 노동위원회가 임의로 정한 근로조건을 강제로 무조건 수용케 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할 것이며, 근로자에게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33조 제1항의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쟁의행위에 대해 그 경위와 경중 등 구체적인 사정을 전혀 살피지 않고서, 중재회부결정이라는 행정처분에 의해 일률적으로 모든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시 불법쟁의행위로 간주하여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여, 입법목적상 규제하고자 하였던 필수공익사업의 전면적인 파업 뿐만 아니라 부분파업, 태업, 부분적·일시적 직장점거, 피켓팅 등 가벼운 형태의 모든 쟁의행위를 무차별적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최소침해원칙에 반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불합리하게 과도한 정도로 보호되고 있는 반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행사의 여지는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축소되어 있어 법익균형의 원칙에도 반한다.
다. 사후경과
이 사건 법률조항과 거의 동일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던 구 노동쟁의조정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는 합헌결정한 바 있다(재판판 9인 중 4인의 합헌의견, 5인의 위헌의견. 위헌의견이 다수이나 위헌정족수 6인에 미치지 못하여 합헌결정을 함. 헌재 1996. 12. 20. 90헌바19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