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적 기본권 및 형사관계에 관한 결정
2002헌마193
군사법원법 제242조 제1항 등 위헌확인
별칭 : 구속기간연장 허용 및 미결수용자 면회횟수 제한 사건
종국일자 : 2003. 11. 27. /종국결과 : 위헌
d2002m193.hwp
판례집 15-2(하), 311
가. 사건의 배경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여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한하여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음을 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영장을 발부받은 경우에도 그 구속기간에 제한이 있는바, 검사, 사법경찰관은 각 10일의 기간 동안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고, 검사에 한하여 1회 판사의 허가를 받아 구속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며, 사법경찰관에게는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군사법원법 조항은 이와 같은 형사소송법의 규정과는 달리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법률규정'이라고 한다). 또한 행형법시행령은 미결수용자의 접견가능횟수를 매일 1회로 하고 있는바, 군행형법시행령은 이와 같은 행형법시행령의 규정과는 달리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라고 한다).
공군 대령으로서 복무하던 청구인은 그 직무와 관련하여 군사기밀을 누설하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어 군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수사 받으면서 위 군사법원법 조항에 따라 구속기간이 10일 연장되었다. 이 사건의 또 다른 청구인인 그의 처는 이 사건 시행령규정에 의하여 위 청구인을 면회함에 있어 면회횟수의 제한을 받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들은 이 사건 법률규정과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결정의 주요내용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 심판대상규정들이 모두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는바,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
(가) 헌법은 신체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기 위하여 헌법 제27조 제4항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원칙은 수사절차의 단계에 위치한 피의자에 대하여도 당연히 적용된다.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인하여 수사와 재판은 불구속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므로 구속은 예외적으로 구속 이외의 방법에 의하여서는 범죄에 대한 효과적인 투쟁이 불가능하여 형사소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구속수사 또는 구속재판이 허용될 경우라도 그 구속기간은 가능한 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군사법원법 조항은 군사법경찰관에게 10일간의 구속기간을 허용하고 있는바, 그 자체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서 파생되는 불구속수사원칙에 대한 예외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규정은 경찰단계에서는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형사소송법의 규정과는 달리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여 예외에 대하여 다시 특례를 설정함으로써 기본권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것 중의 하나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가중하고 있다.
(나) 군사법경찰관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단계에서는 범죄의 객관적 혐의를 인정할 수 있는 소명자료가 수집되어 있어야 하므로, 피의자를 구속할 즈음에는 이미 범죄의 객관적 혐의에 대한 수사가 대부분 완료된 상태라고 보아야 하고, 군사법경찰관이 구속피의자를 검찰관에게 인치한 후에도 증거수집을 위한 조사를 계속하여 수집된 증거를 추송할 수 있는 점 등은 일반 사법경찰관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으며, 그밖에도 수사상의 특별한 필요성을 이유로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일반 사건에 비하여 특히 장기간으로 하여야 할 사정은 이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반면에 군사법경찰관에 의한 수사의 경우에는 군사회의 특성상 방어권의 행사가 위축되기 쉽고, 군검찰관의 군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감독이나 견제가 미흡한 현실에 비추어 장기간의 구속이 허용될 경우의 폐단은 일반 사건에 비하여 오히려 크다고 할 수 있다.
(다)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 중에 특히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규정과 같이 군사법원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모든 범죄에 대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것은 그 과도한 광범성으로 인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것이다.
또한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건과 같이 수사를 위하여 구속기간의 연장이 정당화될 정도의 중요사건이라면 더 높은 법률적 소양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군검찰관이 이를 수사하고 필요한 경우 그 구속기간의 연장을 허용하는 것이 더 적절하기 때문에, 군사법경찰관의 구속기간을 연장까지 하면서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부적절한 방식에 의한 과도한 기본권의 제한으로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신체의 자유 및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2)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제한하고 있는 이 사건 시행령규정
(가)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변호인 아닌 '타인'과 접견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하여는 헌법상 명문의 규정이 없다. 한편 형사소송법 규정은 "구속된 피고인은 법률의 범위내에서 타인과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수수하며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구속된 피의자에 대하여 이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 이것이 단순히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비로소 보장된 권리인지 아니면 헌법상의 기본권으로까지 볼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구속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갖는 변호인 아닌 자와의 접견교통권은 가족 등 타인과 교류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생활관계가 인신의 구속으로 인하여 완전히 단절되어 파멸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고, 또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방어를 준비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에 해당하므로 이는 성질상 헌법상의 기본권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은 헌법재판소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포함되는 기본권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나온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무죄추정의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4항도 그 보장의 한 근거가 될 것이다.
(나)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하면 기본권은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 그러므로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미결수용자의 접견교통권도 원칙적으로 법률로써만 이를 제한할 수 있다고 할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의 규정에 의하여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제한하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에 관한 법률유보의 원칙은 '법률에 의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에 근거한 규율'을 요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의 제한에 법률의 근거가 필요한 것이지 그 제한의 형식이 반드시 법률의 형식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편, 헌법 제75조는 "대통령은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과 법률을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 대통령령을 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근거를 마련함과 아울러 위임입법의 범위와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군행형법 조항은 수용자의 면회는 교화 또는 처우상 특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없는 한 이를 허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면회의 횟수를 제한하지 않는 자유로운 면회를 전제로 하면서 면회의 횟수에 관하여는 전혀 위임한 바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이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는 것은 법률의 위임 없이 접견교통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37조 제2항 및 제75조에 위반된다.
(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기본권제한의 형식 내지 방식에 관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위헌임을 면치 못할 것이나, 더 나아가 그 내용면에서 보아도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고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인정된다고 할 것인데 이에 관하여 보기로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미결수용자에게 구금의 목적에 반하지 않는 한 일반 시민과 동등한 처우를 하고 구속 이외의 불필요한 고통을 과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미결수용자에 대하여 정당한 구금이 행해진 경우라도 미결구금의 목적인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를 방지하기 위한 제한 또는 구금시설의 질서유지를 위한 제한을 제외하고는 미결수용자의 자유와 권리를 함부로 제한하여서는 안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행형법시행령이 미결수용자의 접견횟수를 매일 1회로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결수용자의 면회횟수를 매주 2회로 제한하고 있는바, 수용기관은 면회에 교도관을 참여시켜 감시를 철저히 한다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면회를 일시 불허하는 것과 같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면서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의 방지 및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효과적인 다른 방법이 존재하므로, 이것은 기본권제한이 헌법상 정당화되기 위하여 필요한 피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청구인들의 접견교통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인 규정이다.
(라)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입법목적의 관점에서 볼 때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 모든 미결수용자 가운데 군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자의 면회횟수를 행형법의 적용을 받는 그 이외의 미결수용자에 비하여 감축하고 있는바, 전자의 경우라고 하여 후자의 경우에 비하여, 특히 도주나 증거인멸을 막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거나 그 수용시설 내의 질서유지가 더욱 절실히 요청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양자를 달리 취급함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합리적 이유를 찾아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시행령규정은 군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를 행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는 미결수용자에 비하여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으로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